▽“이보다 더 수주할 수 없다”=현대중공업은 앞으로 3년간 생산 가능한 최대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다. 올 들어 7월까지 연간 수주 목표치 3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47억달러어치를 주문받았다.
대형 유조선의 침몰로 해수오염이 문제되면서 유조선 기준이 엄격해지고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 세계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그 중에서도 좋은 조건의 주문만 ‘쓸어 담았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성 향상률을 작년보다 6%포인트 이상 높은 8%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특허를 받은 여러 신기술이 이를 실현할 도구들. 작년 말에는 슈퍼리프트 공법으로 1만2000t의 선박을 공중으로 들어올려 작업하는 데 성공했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 정재헌 문화부장은 “조선분야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당장 수익은 안 나지만 해양에너지, 플랜트 등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명한 협력만이 함께 잘 사는 길=회사 번영의 한 축에는 노사화합이 있었다.
지난달 25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광장에서는 노사가 함께 참여한 ‘현중가족 한마당 큰잔치’가 열렸다. 올해 임금협상을 36일 만에 빨리 마무리한 것과 9년 연속 무분규 등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날 ‘축제’에 몰려든 인원은 울산 시민을 포함해 5만여명. 최길선 사장과 최윤석 노조위원장은 ‘러브샷’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한때 골리앗 크레인을 점거하는가 하면 중장비를 몰고 울산시내에 나가 시청 유리창을 다 깨부수던 과거 강성 노조가 이렇게 변한 겁니다. 128일간 계속되기도 했던 지긋지긋한 농성이 사라진 것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22년차 현대중공업 직원 김모씨)
주5일 근무제 등 민노총의 요구를 배제하고 실리 위주로 접근한 노조의 태도와 이를 진지하게 받아준 사측의 적극적 협조가 문제를 순조롭게 풀어냈다. 중국의 위협적인 추격 앞에 뭉쳐야 한다는 공감대도 한몫 했다.
“몇년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수주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예. 중국의 임금이 우리의 10분의 1이라는데…. 서로 양보해서 살 길을 찾아야지요.”
골리앗 크레인 위에서 담배를 피워 물던 한 근로자의 말이었다.
울산=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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