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에 자신 있는 대학생 2200여명이 통역봉사단을 결성해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174개국 선수단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
이들은 공항으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외국 선수단을 맞이하는 일부터 경기장 안내와 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외국 손님들과 함께 움직인다. 현재 대회 전체 통역 봉사자 2700여명 가운데 이들이 80% 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12월 몇몇 대학생들이 다음 카페(cafe.daum.net/2003DaegUniTrans)를 개설해 “통역 봉사로 대구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자”고 호소한 결과 국내외에서 이만큼 몰려들었다.
“지난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때 통역 자원봉사로 등록해 놓고서도 실제 참가한 경우가 20%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를 조직위원회로부터 듣고 체계적인 통역봉사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통역 봉사단 이민수(李敏洙·25·부산시 사상구 만덕동) 대표의 말이다. 구미 금오공대 기계공학과 3학년인 이씨는 대구의 친척집에 머물며 통역(영어)을 하고 있다.
봉사단은 영어 일어 중국어 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등 9가지 외국어를 거뜬히 소화해낸다. 중국 베이징대학 정치경제학과에 다니는 박태웅(朴泰雄·23)씨는 “여름방학이라 한국에 왔는데 통역자원봉사 기회를 얻었다”며 “선수들과 친구가 되는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리(姜裕璃·20·대구가톨릭대 법학부 1년)씨는 어릴 때 태국에서 5년 생활한 경험을 살려 태국 선수단의 답답함을 풀어준다. 강씨는 “공항에서 태국어로 200여명의 태국 선수단을 맞이하니 상당히 반가워했다”며 “통역 봉사를 하는 보람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선수촌 한방진료실에서 중국어 통역을 하는 이연진(李沇陳·23·울산대 중어중문학)씨는 “외국 선수들이 한방에 호기심이 많다”며 “다양한 외국인을 접할 수 있어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낙철(趙樂哲·25)씨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대학에 다니다 경북외대 교환학생으로 온 것으로 계기로 통역봉사단에 합류했다.
통역봉사단은 이번 활동을 계기로 국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에 적극 참여할 생각. 대표 이씨는 “통역 봉사는 외국어 실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봉사단을 신속히 배치하는 등 운영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며 “내년 여름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에도 통역 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U대회 선수촌장 신일희 계명대 총장▼
“열정과 풋풋함을 자랑하는 대학생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한 10년은 젊어진 것 같습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장으로 맹활약 중인 계명대 신일희(申一熙·64·사진) 총장. 그는 지난달 선수촌장으로 내정된 사실을 통보받은 뒤 지금까지 한 달 가까이 선수촌 구석 구석을 누비고 있다.
선수촌내 숙소는 물론 식당, 오락실, 의무실 등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대회 참가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선수촌의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 관리, 선수단 차량배정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각국 선수들이 ‘한국의 정’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선수촌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대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선수들이 안전하게, 즐겁게 머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어와 독일어 구사능력이 원어민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대회 참가차 대구를 찾은 국내외 귀빈들도 정성을 다해 맞고 있다.
국내외 귀빈들을 상대로 대회를 홍보하고 대구와 한국을 소개하고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그는 대회전 참가국 선수단의 선수촌 입촌식과 환영식 등을 매끄럽게 처리, 참가국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과 독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익힌 매너와 예절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폴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22일 대구파크호텔에서 폴란드 선수단과 서포터스를 초청, 격려하는 등 선수촌 안팎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대구토박이인 그는 “이번처럼 우리고장과 시민들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다”며 “대구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발돋음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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