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특혜줄게 돈 다오”공무원-업자 ‘뇌물사슬’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22분


경찰은 환경부 국책사업과 관련해 금품 등을 받고 특정업체의 공사 수주, 설계, 시공, 감리 과정에서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중앙 및 지방공무원 34명과 업체관계자 10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모두 26명을 형사 입건하고 비위 정도가 낮은 공무원과 환경관리공단 직원 18명은 해당 부처에 징계를 요구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20년까지 28조원이 투입되는 환경부 국책사업의 하나인 ‘전국 지방자치단체 하수처리장 및 환경관련 공사’와 관련해 환경설비업체인 U사에서 금품을 받고 특혜를 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환경부 최모 사무관(44·도주)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최 사무관을 포함해 모두 21명에게 2억여원의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최모 사장(42) 등 U사 관계자 2명을 구속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U사로부터 설계나 시공, 감리 등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 또는 해외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환경관리공단 김모 부장(45)과 금융감독원 정모 과장(55)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결과 최 사무관은 한해 1조2000억원 규모의 환경예산 배정업무를 담당하면서 지난해 3월 U사 최 사장에게서 1억1600여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지자체가 업체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는 환경부 업무처리지침에 U사의 특수공법을 포함시킨 혐의다. 경찰은 또 올 1월 환경부의 ‘하수관거 5개년 계획’의 입안 과정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벤처기업인 E사에서 127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환경관리공단 이모 과장(43)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전 환경관리공단 이모 과장(40)을 수배했다. 경찰은 E사 차모 사장(39)에 대해서는 세금계산서를 가짜로 꾸며 1억7100만원을 가로챈 혐의(횡령 등)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차 사장과 함께 로비를 벌인 혐의(뇌물공여 등)로 임모씨(55)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환경부 국책사업과 관련해 구조적인 ‘먹이사슬’이 적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