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서울 종로구 수송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 일본 대학생이 대사관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이날로 573회를 맞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2003년 동아시아 대학생 평화 인권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43명의 일본 대학생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이들은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노란색 비옷을 입은 채 손수 만들어 온 피켓을 들고 할머니들과 함께 ‘진상규명’과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자유발언을 자청한 이즈나마야 도모요(21·여·일본 리쓰메이칸대 법학부)는 “같은 여성으로서 군위안부 얘기를 들었을 때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며 일본대사관을 향해 “일본 정부는 일본 학생들에게 진실을 말해 달라”고 호소했다.
올해 평화 인권 캠프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한국의 전남대와 일본의 리쓰메이칸대 등에 재학 중인 대학생 66명이 참가했다. 교수와 학자들이 중심이 돼 사적 네트워크로 추진해 온 ‘동아시아 평화 인권 포럼’을 올해부터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행사로 바꾼 것.
학생들은 지도교수의 안내에 따라 24일부터 서울 서대문형무소와 경기 광주시의 ‘나눔의 집’ 등을 방문했고 한국과 일본 학생들이 함께 조를 편성해 매일 밤 동북아 평화와 과거사에 대해 토론도 했다.
집회 전날의 토론 주제는 단연 일본 대학생들의 수요집회 참가 여부. 찬반 논란이 있었으나 결론은 “자율적으로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고, 결국 캠프에 참가한 모든 일본 대학생들이 군위안부 할머니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일본 학생 대표인 곤도 겐지(23)는 “내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것과 일본 정부가 사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사죄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평화 인권 캠프는 경기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 민통선 견학 등의 일정을 마친 뒤 29일 해단식을 갖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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