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평의 서점 중앙에 만들어 놓은 ‘정글북 아트 갤러리’의 연중 전시 일정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산에는 변변한 전시공간이 없는 데다 어린이와 여성들의 발길이 잦은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은 화가가 한둘이 아니라 윤씨는 2001년 10월부터 매장 내 중앙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선학균(관동대 교수) 신장식(국민대 교수) 한광숙(대구대 겸임교수) 윤익한(동아대 강사) 조상근(화가) 등 일산과 고양지역에 거주하는 화가들이 이곳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윤씨는 화가들이 전시회를 열 경우 그림 한 점씩을 꼭 기증받는다. 1년간 잘 모아두었다가 연말에 판매해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기 위한 것.
갤러리 앞 매장에는 여성과 어린이 손님이 많은 특성을 감안해 좌석을 비치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그는 97년 남편이 주주들을 모아 설립한 정글북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맞자 직장을 그만두고 경영에 합세해 지역 대표 서점으로 키워냈다.
“인터넷으로 보는 정보와 직접 손으로 넘겨가며 접하는 활자와는 감동이 다르지 않나요?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인간적인 정서는 변하지 않아요. 신문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딸(17)과 아들(11)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어렵게 된 것이 그에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윤씨는 초여름 등 서점가 비수기가 되면 며칠 짬을 내서 남편과 해외여행을 다닌다. 올 5월에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도서박람회를 둘러보기도 했다.
일산 중앙에 위치한 정발산 아래 주거용 오피스텔에 사는 윤씨는 귀갓길에 같은 건물 1층의 일본식 레스토랑 ‘바바’에서 일본식 라면과 맥주를 즐긴다.
지역에 사는 화가들과 만나 통닭에 생맥주를 곁들여 그들의 예술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소중한 시간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책을 중심으로 한 복합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매장 50여평은 책으로 채우지 않고 비워두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들을 통해 그림과 음악 등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교류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윤택한 삶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