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스마일 먼데이]'그리운 금강산' 작곡가 최영섭씨

‘이 세상의 어떠한 사상에도 겨레보다 우선하여 있지는 못하는 것이니, 언젠가는 다시 금강산 순례의 길이 열릴 것을 온 겨레는 간절히 기도하였던 것이다.’

인천종합문예회관 야외공연장 앞에는 최영섭씨(74)가 작곡한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기리기 위해 이 같은 글귀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인천 출신인 최씨는 금강산 관광길이 열리기 전까지 금강산을 한반도 가보지 못했지만 한반도 최고 명산을 표현한 이 노래를 인천여고 음악 교사로 지내던 1961년에 작곡했다.

그는 2000년 5월 꿈에 그리던 금강산을 다녀온 뒤 이 산의 사계절을 그린 ‘아, 금강산아’를 작곡했다. ‘그리운 금강산’의 후속곡으로 금강산 사계 연가곡을 CD로 담아 발매했다.

“61년에는 남북 관계가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그리운 금강산’ 노랫말 가운데 세 구절이 좀 격렬하게 표현됐어요. 작사를 맡았던 시인 한상억씨가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리던 72년에 ‘더럽힌 지’ ‘짓밟힌 자리’ ‘맺힌 원한’ 등 세 구절을 ‘못가본지’ ‘예대로인가’ ‘맺힌 슬픔’ 등으로 각각 고쳤지요.”

그는 “같은 민족끼리 적대시하지 않고 서로 다독거리면서 통일의 길로 한걸음씩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63년 동아방송 관현악단 지휘자로 활동하면서부터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고향을 잊지 않고 있다.

89년부터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열리는 ‘인천 영상음악 감상회’ 해설자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음악동호인들과 세계 유명 지휘자나 연주가의 공연 실황을 본 뒤 음악 해설을 하고 있는 것.

이 감상회는 6월 전까지 한번도 거른 적이 없었지만 6월부터 재정비를 위해 잠시 쉬고 있다.

“음악을 매개로 마음 수양을 쌓고 있다”는 그는 89년부터 동아일보 문화센터에서 주관하는 ‘동아음악 감상회’에서도 음악 해설을 맡고 있다. 올해로 21년째인 이 감상회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요즘 음악동호인 120여명과 함께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사랑하는 모임’(인사모)을 이끌고 있다. 9월 18일경 창립식을 갖는 인사모는 교향악단 연주회에 반드시 참석하는 ‘열혈 청중’을 모집하고 있다.“일본 도쿄(東京)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교향악단이 10여개 활동하고 있고 각 연주회장에는 청중이 넘쳐나지요. 인천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인사모의 회장을 맡기로 했어요.” 그는 올해 말까지 인사모 회원을 1200명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는 “인천은 파이프오르가니스트의 선구자인 고(故) 최성진 선생을 배출하는 등 음악 도시의 전통을 갖고 있다”며 “인천의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이 자리 잡아 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항구 도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