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장승조각가 김종흥씨 “나무에 혼을 불어넣어요”

  • 입력 2003년 9월 2일 20시 55분


“외국인과 어린이 등이 장승을 제작하는 체험을 하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장승에 친근함을 표시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2003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경북 경주시 엑스포공원 내 ‘장승깎기 체험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장승을 제작하는 요령을 가르쳐주고 있는 장승조각가 김종흥(金鍾興·50)씨.

경주엑스포조직위원회의 초청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이 곳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는 김씨는 집이 안동이어서 요즘 경주시내에 원룸을 얻어 지내고 있지만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에 신이 나 몸이 피곤한 것도 모른다고 2일 밝혔다.

그는 완성된 장승들이 서있고 관람객이 소원을 적어 새끼줄에 매달아 놓은 하얀 소지(燒紙)가 늘려있는 이 체험장에서 신라인 복장을 한 채 소나무 원목에 조각칼을 대고 망치질을 하면서 장승제작 시범을 보였다.

중요무형문화재 69호(하회별신굿탈놀이)와 108호(목조각) 이수자인 그는 “장승은 우리 민족을 잘 표현한 가장 한국적인 문화”라고 강조했다.

안동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당초 목조각과 뿌리공예를 했으나 각 지역마다 다른 장승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면서 15년 전부터 장승조각에 몰두해 기존의 무서운 모습의 장승을 친근감 있게 창작한 작품 등을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7월 31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정도 3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장승 11개를 만들어 주는 등 지금까지 22차례 해외에 나가 우리의 장승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외아들인 주호씨(25·안동대 민속학과 4년)에게 어릴 때부터 장승과 하회별신굿을 가르쳐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장승을 만들 때는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아침에 주로 작업을 한다”며 “하루 평균 500명 정도가 체험장을 찾고 있는데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가 끝나면서 외국인 관람객이 줄어 다소 아쉽다”고 밝혔다.

경주=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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