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학부 홍승훈(洪承焄·36) 교수는 수백만개의 탄소 나노튜브를 단시간에 조립해 집적회로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논문을 영국의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9월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로 그동안 기술적 한계 및 비용 문제 등으로 소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반도체 공정기술에 나노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회로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탄소 나노튜브는 굵기가 1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즉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해 반도체의 집적도를 지금보다 1만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형 분자회로. 그동안은 일일이 튜브를 배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려워 연구 대상에만 머물러 있었다.
홍 교수는 탄소 나노튜브가 친수성(親水性) 분자와 친화력이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회로를 만들고자 하는 표면을 친수성 분자막으로 덮은 후 탄소 나노튜브 용액을 그 위에 뿌려 수백만개의 탄소 나노튜브가 집적된 회로를 수초 안에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홍 교수는 “유전자와 같은 생물분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찾아 결합해 사람의 몸과 같은 큰 생물체를 형성하게 되는 원리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홍 교수의 연구에 대해 과거 반도체산업을 가능하게 한 집적화 기술 개발에 비견할 만한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으로 미국 유학시절인 1999년 원자나 분자 크기의 글씨 도형 등을 만들 수 있는 딥펜 나노리소그라피(DPN)를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이를 이용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의 연설문을 60nm로 작성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홍 교수는 8월까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로 근무하다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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