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홍승훈교수, 탄소 나노튜브 소자 대량생산 기술 첫개발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49분


실리콘을 대신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사용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 나노튜브 집적소자(集積素子)의 대량생산 기술이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학부 홍승훈(洪承焄·36) 교수는 수백만개의 탄소 나노튜브를 단시간에 조립해 집적회로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논문을 영국의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9월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로 그동안 기술적 한계 및 비용 문제 등으로 소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반도체 공정기술에 나노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회로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탄소 나노튜브는 굵기가 1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즉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해 반도체의 집적도를 지금보다 1만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형 분자회로. 그동안은 일일이 튜브를 배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려워 연구 대상에만 머물러 있었다.

홍 교수는 탄소 나노튜브가 친수성(親水性) 분자와 친화력이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회로를 만들고자 하는 표면을 친수성 분자막으로 덮은 후 탄소 나노튜브 용액을 그 위에 뿌려 수백만개의 탄소 나노튜브가 집적된 회로를 수초 안에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홍 교수는 “유전자와 같은 생물분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찾아 결합해 사람의 몸과 같은 큰 생물체를 형성하게 되는 원리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홍 교수의 연구에 대해 과거 반도체산업을 가능하게 한 집적화 기술 개발에 비견할 만한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으로 미국 유학시절인 1999년 원자나 분자 크기의 글씨 도형 등을 만들 수 있는 딥펜 나노리소그라피(DPN)를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이를 이용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의 연설문을 60nm로 작성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홍 교수는 8월까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로 근무하다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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