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관은 또 이들과 짜고 맥주를 시중에 유통시킨 운반책과 중간도매상, 판매상 등 28명을 대상으로 유통경로와 밀수품을 추가로 조사 중이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이들이 범행 장소로 선택한 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남빌리지. 이곳은 용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장교들의 가족용 주거단지로 대한주택공사의 자회사가 운영관리 중이다.
이씨는 한남빌리지 담에 붙은 5평짜리 점포를 빌린 뒤 2001년 11월까지 뻥튀기가게를 운영하다 12월 커피전문점 ‘유턴 에스프레소’로 재개장했다.
그가 땅굴을 파기 시작한 것은 2001년 6월. 곡괭이와 야전삽으로 3개월 동안 심야시간을 이용해 한남빌리지 안쪽 PX 물품창고인 컨테이너까지 20m가량 파들어 갔다. 송씨도 컨테이너 바닥에 미리 구멍을 뚫어 놓았다.
커피전문점에서 땅굴까지의 깊이는 1.5m, 컨테이너 바닥에서 땅굴까지는 1.2m. 바닥에 레일을 깔고 땅굴 경사를 이용해 맥주를 운반했다.
이들은 2001년 6월부터 올해 6월 25일까지 미국산 맥주 5만8000상자와 와인 4000상자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2.5t 트럭 250대분으로 20억원에 이르며 운반책과 중간도매상을 거쳐 남대문, 동대문시장에 판매됐다.
관세청은 이들이 포탈한 관세가 12억원에 이르며 24병들이 1상자에 5000∼6000원의 중간 마진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씨 등은 상자당 1000원의 이득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태영(吳泰泳) 서울세관 조사국장은 “면세 주류를 불법으로 유출시키는 사건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으나 땅굴까지 파서 맥주를 대량으로 빼돌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세관과 주한미군 수사기관으로 구성된 ‘한미 합동수사반’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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