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씨, 盧당선자 감사장 받아"

  • 입력 2003년 9월 5일 06시 43분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에게 술자리 향응을 제공했던 충북 청주 K나이트클럽 실소유주 이원호씨(50·구속)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명의로 된 감사장을 받은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또 노 대통령과 이씨가 악수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이씨의 집에 보관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씨가 노 대통령당선자의 명의로 된 감사장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게 된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주지검 김도훈(金度勳·37) 전 검사의 지휘를 받아 이씨의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 충북경찰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6월 27일 이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받은 이 감사장과 사진을 발견했다.

경찰은 7월 초 김 전 검사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했으며 김 전 검사는 “알았으니 일단 함구하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다는 것.

당시 압수수색을 나갔던 수사팀은 경찰 수뇌부에도 이런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에 참여했던 한 수사관계자는 “감사장에는 ‘대통령당선자 노무현’ ‘새천년 민주당 대표 한화갑’이라는 직인이 크게 찍혀있었으며, 좌우로 접었다 펼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씨와 노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은 단 둘이서 45도 각도로 마주보고 악수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한 것이며 감사장 오른쪽 하단에 끼워져 있었다”며 “이 사진을 찍은 시점이 대선 전인지 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감사장과 사진이 이씨의 조세포탈 등 혐의를 입증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해 압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검사의 변호인단은 “수사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해 듣고 김 전 검사에게 확인을 했더니, 김 전 검사가 ‘그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에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노 당선자와 한화갑(韓和甲) 당시 민주당 대표 명의로 된 감사장을 만들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는 “충북지역 인사 40여명에게 노 대통령 취임 직후 당선자 명의의 감사장이 전달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씨에게 감사장을 준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이씨는 노 대통령의 취임식에 이어 4월 18일 열린 청남대 개방행사에도 초청을 받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56)는 이날 “이씨와 함께 청남대 개방행사에 갔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씨 관련 계좌에서 지난해 10∼11월 50억원의 뭉칫돈이 현금으로 빠져나갔고, 4월과 6월 양 전 실장의 청주 방문 직전에도 수억원이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청주=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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