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 직원 “실적 없다”해고 부당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19분


아무런 업무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상태의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해고된 D증권사 전 직원 고모씨가 회사 대표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고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임금을 지급할 것을 회사측에 명령했다고 7일 밝혔다.

중노위의 이번 결정은 금융기관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무실적에 따른 성과급제와 상벌 조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급효과가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1984년 D증권에 입사한 고씨는 영업실적이 나빠 99년 이후 상대적으로 성과급이 적은 부서를 전전하다 2000년 말 기준 목표 달성률이 1.2%에 그쳐 지난해 2월 자택 대기발령을 받았다.

고씨는 대기발령 기간에 회사에서 아무런 업무지시도 받지 않고 일도 할 수 없었는데도 사측이 지난해 9월 실적이 전혀 없고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해고를 통보하자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중노위는 “업무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 대기발령 조치의 정당성 여부는 접어두더라도 대기발령 상태에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고씨를 해고한 조치는 사회통념상 지나친 것이고 사측의 상벌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D증권은 상벌규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상 장애, 분쟁을 일으키거나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직원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노위는 이어 사측이 노동조합 대표의 의견도 듣지 않고 고씨에 대한 해고를 결정한 것은 절차에 있어서도 중대한 흠이 있는 것이라며 원직 복직 결정을 내렸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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