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이혼법정서 자녀양육 권고문 나눠줘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22분


30대 중반의 남자 판사가 이혼 부부에게 나눠주고 있는 ‘자녀양육 권고문’이 화제다.

서울가정법원 정상규(丁相奎·34) 판사는 5월부터 법정에서 이혼한 부모들에게 미성년 자녀를 기르는 데 주의해야 할 점 등이 담긴 권고문을 나눠주고 있다.

정 판사가 직접 작성한 A4용지 2장 분량의 이 권고문에는 ‘이혼 당사자들은 자녀들이 20세가 될 때까지 양육 문제에 대해 꾸준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부와 함께 구체적인 권고사항이 적혀 있다.

주요 내용은 △자녀들 앞에서 이혼한 배우자를 비난하지 말 것 △이혼한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녀를 통해 전달하지 말 것 △자녀의 이해능력에 따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해 줄 것 △친구, 가족, 전문상담원 등의 도움을 구할 것 등이 있다.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협의이혼 사건을 담당하는 모든 판사들도 정 판사의 취지에 공감해 이 권고문을 이혼 당사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 판사는 “자녀를 위해 이혼을 하지 말라고 권유해도 받아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혼 후 자녀를 잘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외국의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뒤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법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자료를 토대로 권고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조(粗)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세 쌍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이혼율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혼에 따른 자녀 양육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나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자녀양육 권고문▼

△자녀 앞에서 배우자를 비난하지 말 것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녀를 통해 전달하지 말 것

△중립적인 입장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해 줄 것

△친구, 가족, 전문상담원 등의 도움을 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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