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구 유니버시아드는 8년 전 유치 방침 결정에서 대회 마무리까지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어 모든 것을 대구 스스로 해낸 대구 최초의 국제종합체육대회였다. 또 174개국 1만1200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해 역대 유니버시아드 사상 최대 규모였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그 중에서도 분쟁 당사국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이 참가했고 국제대회 경험이 전혀 없던 아루바 지부티 세인트크리스토퍼네비스가 출전하기도 했다. 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대규모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자리를 함께해 더욱 보람된 대회였다고 생각된다.
이 같은 ‘정사(正史)’에 해당하는 얘기 말고도 대구 유니버시아드는 많은 화제와 부수적인 효과를 남겼다. 무엇보다 이 대회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된 1만500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2만5000여명의 서포터스의 헌신적인 봉사와 대구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가져다준 감격이 그것이다. 특히 보수적이고 무뚝뚝하다고 얘기되는 대구 시민들이 자원봉사와 응원 활동을 통해 친절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경험을 하며 그런 선입견을 깨나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연세 많은 어떤 할머니 서포터는 외국 선수를 가족같이 자기 집으로 초청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한국 전통선물도 마련해 전했다고 하는 식이다.
대회 기간 대구시내에는 승용차 짝홀수 2부제가 실시돼 선수와 임원들의 이동에도 큰 불편이 없었다. ‘보수의 본산(本産)’으로 알려져 있는 대구지만 대회 기간 중 파문을 일으켰던 북한 기자단과 시민단체 등의 충돌에도 슬기롭게 대처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그동안 대구는 계속되는 경제 침체와 잇따른 대형 사고로 많은 시민들이 침울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유니버시아드를 계기로 대구는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민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도 무엇이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전세계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짜릿한 주인공 의식을 회복했다고 할 수 있다.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이번 유니버시아드는 대부분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총사업비가 2400여억원밖에 들지 않은 흑자대회였고,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 소요 경비의 몇 분의 1도 들지 않은 초절약 대회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번 대구 유니버시아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산유발효과 3700여억원, 부가가치 창출 4800억원, 고용효과 6360명이라고 분석하고 연간 약 2조원의 수출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에 있는 한 대학의 총장으로서 대구에서 개최된 세계 대학생 스포츠축제에 선수촌장을 맡아 봉사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자주 내리는 궂은비에도 불구하고 맡은 바 제자리에서 꿋꿋이 일해 온 자원봉사자들, 경기장 선수촌 등 각국 선수와 임원들이 가는 곳마다 밝은 표정으로 열렬히 응원하며 각종 편의를 제공해준 서포터스의 뜨거운 애정을 대구 시민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대구U대회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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