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교육특구 조성안 논란 가열

  • 입력 2003년 9월 9일 15시 02분


정부가 8일 새로 조성될 판교 신도시에 공교육과 사교육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특구'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대해 교육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교육 관계자들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 공교육 활성화 위주로 진행돼 온 정부의 교육 정책이 사교육을 통해 공교육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8일 "판교 신도시에 특수목적고 1개, 특성화고 1개와 자립형 사립초중고교를 1개씩 유치하고 1만평 규모의 학원 집적단지(에듀파크)를 조성해 강남 등지의 유명학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교육만으로는 다양한 교육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어 학부모들이 사교육 여건이 잘 갖춰진 서울 강남지역을 선호하고 있다는 현실을 정부가 인정한 것. 현재의 공교육은 동일한 여건에서 동일한 내용을 교육하는 '평준화 교육' 체제이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다원화한 교육 욕구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양승실(梁承實) 박사는 "에듀파크 도입은 공교육과 사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보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에듀파크가 앞으로 개발될 예정인 모든 신도시에도 도입돼 하나의 신도시 모델로 자리하게 될 것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판교 신도시의 에듀파크는 서울 강남의 사교육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일 뿐 현재 다른 신도시에는 이 같은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화여대 성태제(成泰濟·교육학) 교수는 "김포 파주 아산 등 신도시 예정지마다 주민들이 이 같은 학원 단지가 세워질 것으로 기대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 환경에 대한 형평성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학부모단체를 비롯한 교육관련 단체들은 "정부가 앞장서 일종의 입시 장사인 학원과 공교육인 학교를 똑같은 선상에 놓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교육 주무부서인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건교부의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0)는 "신도시가 들어서고 학원 수요가 생기면 자연히 학원들이 들어서게 될 텐데 정부가 공연히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께 하는 교육시민모임'의 김정명신 대표는 "앞으로 학부모들이 자녀를 명문 대학에 보내려면 판교 같은 신도시에 가서 공교육과 함께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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