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안 ‘무법사태’ 어디까지

  • 입력 2003년 9월 9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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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에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국가 기능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고속도로 점거, 자녀 등교 거부로 확산되더니 김종규 부안군수가 집단폭행을 당하고 중상을 입어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이렇게 사태가 악화된 데는 행정력과 경찰이 대응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크다. 경찰이 주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진압을 자제하고 작은 폭력을 눈감아주는 사이 폭력의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 경호를 맡은 경찰은 김 군수가 7시간 동안 감금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질 때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부안 사태를 주도하는 운동단체들은 법규와 상식이 허용하는 범위를 심하게 일탈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주민 설득은 폭력으로 봉쇄한 채 원자력의 위험성을 비과학적으로 부풀려 주민과 어린 학생들에게 선전하고 주입하는 것이 정당한 사회운동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고 시위를 벌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렇게 폭력이 난무하는 공포 분위기에서는 일방적인 반대 논리만 득세하고 찬성 논리는 숨쉴 공간마저 없다. 부안군 육지 주민의 의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설이 들어설 위도 주민의 의사다. 바다 건너 14km 떨어진 위도 주민의 대다수는 이 시설이 가져올 지역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부안군에서도 육지 상인들은 두 달 가까이 계속된 과격시위에 손님이 끊겨 울상이라고 한다.

전쟁 때도 피란학교를 열어 미래 세대를 가르쳤다. 일부 단체의 과격한 회원들이 자녀 등교거부운동을 벌여 부안지역 초등학교의 80%를 사실상 휴교로 몰고 간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서로가 감정 대응을 자제하고 다양한 의견을 두루 들어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정부는 도를 넘은 폭력과 허위사실 유포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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