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사측과 불교계·환경단체는 올 4월 각각 전문가 5명씩을 선임해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45일간 활동한 뒤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가 방침을 정하기로 했었다.
노선재검토위원회는 ‘예상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공은 정부쪽으로 넘어갔지만 정부는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자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한달여 뒤인 6월 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론조사’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정부 방침을 정하라고 지시했다.
공론조사는 여론조사와 달리 각계의 대표성 있는 인사나 단체를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7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총리실은 공론조사의 대상자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왜 공론조사를 진행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총리실은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런 상황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인 지난해 8월과 거의 똑같다. 당시에도 찬반 양측은 노선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연말까지 사패산 터널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 노선을 찾기로 했었다.
이때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정부 방침에 따르기로 합의했었지만 정부의 방침은 해를 넘겨도 나오지 않았다.
터널 3곳의 공사 중단으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안전문제는 물론 시공사의 외자 도입까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 중단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적 피해액이 5000여억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북한산 관통도로를 둘러싼 불교계·환경단체의 반대 주장과 공사 속행을 바라는 지역주민 사업시행자의 주장은 현재로선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찌 보면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정부는 두 번씩이나 주어진 정책 결정의 시기를 놓쳐버렸다. 어느 쪽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고 서둘러 사태를 매듭지어야 할 정부가 양측의 눈치만 보며 여론 달래기에만 매달리는 사이 공사를 둘러싼 분열과 논란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언젠가는 이 사업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정부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 뿐이다.
이동영 사회2부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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