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남부 강타]암흑천지…'공포의 밤'

  • 입력 2003년 9월 13일 18시 11분


12일 밤 ‘매미’는 대구를 암흑천지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정전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꺼지지 않은 가로등과 전등만이 거리를 비췄다. -박영대기자
12일 밤 ‘매미’는 대구를 암흑천지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정전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꺼지지 않은 가로등과 전등만이 거리를 비췄다. -박영대기자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143만여 가구가 정전되고 고리1∼4호기, 월성2호기 등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주요 공단이 큰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공포 속에서 밤을 지새웠다. 많은 정전 지역에서 냉장고에 든 음식물이 썩는 등 큰 불편을 겪었으며 일부 지역은 14일까지도 전기가 복구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강풍에 가로수가 넘어지면서 전선을 끊거나 하천 범람, 도로 유실, 산사태 등으로 전주가 유실돼 정전 피해 지역이 늘어났다고 13일 설명했다.

▽정전 피해=한전에 따르면 143만80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13일 오후 9시 현재 이 가운데 82.5%인 118만60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특히 제주 지역은 전체 가구의 95.8%인 13만6000여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남(51만7500여 가구) 부산(33만1000여 가구) 대구 지역(19만6000여 가구)의 피해가 컸다.

정전으로 인한 수돗물 공급 중단도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수돗물의 90%가량을 공급하는 매리, 물금취수장과 덕산, 화명정수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100여만 가구에 4시간가량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대구 동구와 수성구 지역에도 수돗물 공급이 끊어졌다.

변압기 434대가 파손됐으며 전주 3875개가 넘어지는가 하면 전선 1605곳이 유실되거나 단선됐다. 송전 철탑이 무너진 경남 거제(2기), 창원 지역(4기) 등 일부 지역은 복구에 2∼3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전 가동 중단=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원전3, 4호기가 12일 오후 10시15분경 송전선 이상으로 발전을 정지한 데 이어 고리1, 2호기도 같은 이유로 13일 0시16분경 발전을 중단했다.

월성원전2호기도 12일 오후 11시17분경 강풍으로 주 변압기에 이상이 발생해 작동이 중단됐으며 월성1호기는 악천후 등 불안정한 자연조건으로 원자로 출력을 92%까지 낮췄다.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는 국내 전체 원자력발전 용량의 24.4%에 해당하며 원자력발전은 전체 발전 생산량의 39%를 차지하기 때문에 추석 연휴가 끝나고 전국 공단의 공장가동이 본격화되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와 한전은 “원전이 중단돼도 전력공급은 4700만kW로 수요보다 많으며 연휴 이후 전력수요는 4000만kW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여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한전측은 “원자력발전소는 발전소 자체 문제가 아닌, 송배전 선로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된 만큼 15일에는 재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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