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남부 강타]초속 60m 바람 사상최고

  • 입력 2003년 9월 13일 18시 24분


제14호 태풍 ‘매미’는 최대 순간풍속과 위력 등에서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우는 등 갖가지 특징을 보였다.

▽기록 경신=최대 순간풍속은 12일 오후 4시10분경 제주 수월봉 풍속계에서 측정된 초속 60m. 1904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치였다. 그동안의 최대치는 2000년 태풍 ‘프라피룬’이 흑산도에서 기록한 초속 58.3m. 풍속이 초속 50m가 넘으면 거리의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 철제 송전탑이 엿가락처럼 휘는 등 위력이 엄청나다. ‘매미’는 중심기압에서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심의 기압이 낮을수록 바람의 세기는 강해진다. 12일 밤 경남 사천에서 기록된 최저 중심기압은 950(hPa,1013hPa=1기압)로 1959년 ‘사라’가 세웠던 기록(951.5hPa)을 능가했다.

▽내륙에서도 세력 유지=태풍은 일본 오키나와 해상까지 진출하면 세력이 약해지는 게 보통. 그러나 ‘매미’는 한반도에 접근할 때까지 세력을 유지했고 더구나 상륙해서도 힘을 잃지 않고 오히려 파괴력이 강해졌다. 이것 역시 기상 역사에서 이례적인 일.

이에 대해 기상전문가들은 남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2도 높았던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따뜻한 바닷물이 ‘매미’에 수증기를 공급해 ‘기초체력’을 보강해줬다”고 설명했다.

또 내륙에서 위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올 여름 잦은 비를 내렸던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이라는 것. 바람은 기압차로 인해 생기는데 열대저기압인 태풍이 한반도에 있던 고기압과 만나 기압차를 더 크게 만들었기 때문에 ‘매미’가 상륙한 뒤에도 초속 40m 이상의 강한 바람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초가을 태풍이 위험하다=‘매미’의 위력은 ‘한여름보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의 위력이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

사망 실종 849명을 기록한 ‘사라’는 1959년 9월 15일부터 4일간 한반도를 강타했고 사망 실종 246명에 5조원 이상의 피해를 남긴 ‘루사’는 2002년 8월 31일 상륙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04년 기상 관측 이래 지난해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304개(연간 평균 3.1개)로 이 중 77개가 9월에, 8개가 10월에 찾아왔다.

14개의 태풍이 발생한 올해는 제6호 ‘소델로’, 제10호 ‘아타우’에 이어 ‘매미’까지 3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통계로 본다면 올해 찾아올 태풍은 다 지나간 셈. 그러나 기상청 관계자는 “앞으로 태풍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매미란 이름은=‘매미’는 북한이 지은 순우리말 이름. 99년까지는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태풍의 이름을 지었으나 2000년부터는 세계기상기구(WMO) 산하 태풍위원회의 14개 회원국이 낸 이름을 번갈아 쓰고 있다.

역대 태풍의 세기 및 피해
태풍발생연도최저기압
(hPa)
최대순간풍속
(m/초)
사망 및 실종
(명)
재산피해
(원)
36931936959.435.81232확인 불가
사라1959951.546.9 8492조5415억
셀마1987966.340.3 345 6081억
재니스1995991.933.6 65 5676억
올가1999974.640.0 671조1078억
프라피룬2000980.058.3 28 2609억
루사2002966.756.7 2465조1480억
매미2003950.060.0집계 중집계 중
재산피해는 2001년 화폐기준으로 환산한 금액. 자료:기상청 중앙재해대책본부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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