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시작한 이후 사람들이 쏟아내는 갖가지 질문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세종대왕의 아들은 몇 명이었느냐” “명성황후가 시해됐을 때 문무대신들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 등 역사적 사실을 자세히 알지 못하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튀어나오기 때문.
보수도 없는 자원봉사인데 역사 공부를 해 가며 왜 그렇게 열심인지 궁금했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공연기획자로 일했던 전씨는 최근까지 영국 윔블던에서 6년간 거주했다. 관광 대국인 영국은 어느 조그만 동네를 가더라도 박물관이 있고 자원봉사자가 있다는 게 전씨의 설명.
“자원봉사자들의 나이가 보통 60세 이상인데 대부분 30대부터 일해 온 분들이에요. 그 동네 역사의 산 증인이죠. 그분들이 ‘어떤 대학교수가 와도 우리 동네는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이 인상 깊어서 저도 그런 일을 하고 싶었어요.”
중학교 사회교사 출신인 배씨도 최근에 배운 일본어를 활용할 겸 지원했다.
해설사가 너무 하고 싶었던 배씨는 일부러 마지막 날 원서를 접수하러 가서는 “몇 명이나 떨어지느냐”, “경쟁률이 얼마인가” 하며 나름대로 ‘눈치작전’을 폈다며 웃었다.
이들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종묘까지 동행했다. 종묘는 조선시대에 국가의 제례를 지내던 곳. 공식적으로는 1년에 다섯 번이지만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행해 실제로는 매우 잦았다.
“임금이 직접 제례를 행하는 것을 친행(親行)이라 하는데 임금이 친행하기 귀찮아 꾀병을 부리고 세자나 영의정을 보내 섭행(攝行)하는 일이 많았답니다. 제례를 지낸 일행이 돌아오면 임금의 병은 씻은 듯이 낫곤 했다죠.”
재미있는 뒷얘기를 곁들인 배씨의 설명이다.
이들은 문화유산을 가까이 접하다 보니 전에는 몰랐던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고 입을 모았다. 종묘가 뭐하던 곳인지도 모르고 주변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가장 화가 나는 일.
전씨는 문화재 안내판이 너무 어렵다고 불평이다. “사전지식이 없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가 없어요. 특히 영어 일어 안내문은 한국어를 그대로 번역해 놓아 외국인이 보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죠.”
도보관광코스는 6인 이상, 20인 이하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코스별로 1일 3회(오전 10시, 오후 2, 3시) 운영되며 시 홈페이지(www.seoul.go.kr)로 관광 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 참가비는 없다. 02-3707-9458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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