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가 태풍 ‘매미’의 직격탄을 맞아 섬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태풍이 경북 울진을 거쳐 동해상으로 빠져 나갔다고 했던 13일 울릉도는 태풍의 한 가운데 놓였다.
40년 가까운 대공사 끝에 99년 완공한 일주도로 곳곳이 폐허로 바뀌면서 울릉주민들의 마음마저 내려앉았다. 특히 서면 남양리∼구암리∼태하리 일주도로는 콘크리트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됐다. 괴물처럼 덮친 파도 때문에 구암리 초소에서 근무하던 울릉경비대원 3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였다.
서면 7개 마을 주민 1500여명은 울릉군 행정선을 이용해 겨우 생필품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 복구가 끝나 차가 다닐지 기약할 수 없어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6일 아침부터 복구현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정복석(鄭福錫·52) 서면 면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한 모습”이라며 “도동까지 가는 길은 우선 산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징어 건조장이 무너지고 어선 수십척도 침몰하거나 부서져 이번 태풍 피해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울릉군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우선 일주도로를 연말까지 복구한다는 계획이지만 피해가 너무 커 당황스럽다”며 “주민들의 불편부터 줄이는 임시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도로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울릉도의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이 마비돼 앞으로 관광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폐허가 된 울릉도의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 ‘울릉도닷컴’ 운영자 배상용(裵相鏞·37·울릉읍 도동리)씨는 “도로가 내려앉은 게 아니라 아예 자취를 감췄다”며 “관광이고 뭐고 울릉도가 수십년 후퇴해버린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섬전체가 태풍으로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정부와 매스컴은 울릉은 아예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 풍토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민들은 “태풍 매미가 경북 울진을 거쳐 동해상으로 빠져 나갔다”는 내용의 텔레비전 방송에 분통을 터뜨렸다.
태풍이 울릉도를 벗어나야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원성이다. 김성호(金成浩) 울릉어업인 회장은 “평소 일기예보도 그렇고 이번 같은 태풍에도 울릉도는 남의 나라 같다는 느낌”이라며 “복구가 끝나려면 수년이 걸릴 것 같아 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울릉=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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