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주성원/날아간 천막극장, 허탈한 지방관객

  • 입력 2003년 9월 16일 18시 20분


“얼마든지 기다릴 준비가 돼있는데….”

“폭풍이 천재지변이라 지금은 철수할 수밖에 없겠지만…. 못 본 사람들을 위해 공연을 다시 해주실 수 없을까요.”

뮤지컬 ‘캣츠’의 홈페이지(www.musicalcats.co.kr) 게시판은 요즘 부산 지역 팬들이 올린 글들로 빼곡히 차 있다.

태풍 ‘매미’의 여파로 취소된 ‘캣츠’ 부산 공연을 나중에라도 다시 해 달라는 ‘애원성’ 글이 대부분. 부산 관객들의 하소연은 그만큼 지방에서 수준 높은 대형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14호 태풍 ‘매미’는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 부근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주차장에 설치된 ‘캣츠’의 천막극장을 강타했다. 천막이 크게 파손되는 바람에 20일까지 잡아놓은 부산 공연은 취소됐고 이후 예정된 광주, 대구 공연도 연기됐다.

‘빅톱 시어터(Big Top Theatre)’로 불리는 이 천막극장은 초속 40m의 바람에도 견딜 수 있게 설치됐지만, 초대형 태풍 ‘매미’는 초속 50m 이상의 강풍을 몰고 왔다.

천막극장은 말이 천막이지 무대나 로비시설이 기존 극장 못지않아 몇 년 전부터 유럽과 호주, 일본에서 공연장으로 활용돼 왔다. 국내에서는 ‘캣츠’를 공연 중인 ‘설 앤 컴퍼니’와 ‘둘리’의 제작사 ‘에이콤 인터내셔널’이 7월부터 도입했다.

이 같은 천막극장의 도입으로 지방에서도 장기 공연이 가능해지게 됐다.

대형 공연을 장기간 유치할 공연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천막극장이 그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원래 ‘캣츠’ 부산 공연도 8월 24일부터 9월 20일까지 거의 한 달 예정으로 잡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캣츠’의 순회공연은 지방 공연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일정 수준의 ‘하드웨어(공연장)’와 ‘소프트웨어(화제작)’를 결합한다면 ‘시장(관객)’은 자연스레 형성될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풀고자 했던 것.

그래서 이번 태풍의 ‘습격’은 더욱 안타깝다. 단순히 공연 한 편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지방의 ‘숨은 시장’ 규모를 가늠해볼 기회를 앗아갔기 때문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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