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역 의원에 대해 우선 소환을 통보한 것에는 22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정치권과의 역학 관계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검찰 내에서는 “국정감사 도중 현역 의원을 소환 조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수뇌부와 수사팀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 청와대와 정치권 등에서 ‘검찰의 무차별 정치권 수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도 이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 이후 이 수사와 관련해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며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에서 신당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의 칼날이 구여권 인사들에게만 집중되는 인상을 줄 경우 검찰이 정치권 사정(司正)과 관련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검찰이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을 소환 조사한 다음날인 16일 곧바로 한나라당 박주천(朴柱千) 임진출(林鎭出) 의원과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에 대해 소환을 통보, ‘여야 동수(同數)’ 카드를 꺼낸 것도 이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가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2000년 당시 여야의 정치적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여야 의원 각 2명에 대한 수사가 형평성 시비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대에서 직접 비자금을 전달받았다는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에서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었고 수사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수사팀 내부에서도 “정 회장의 사망으로 김대중(金大中)정부 당시 권력핵심에 있었던 현역 정치인 10여명이 살아났다”는 얘기가 여전히 들리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대어(大魚)급 현역은 그물을 피해 가고 몸집이 작은 고기들만 걸려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검찰은 남은 기간에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소환이 통보되지 않은 전직 정치인들이 대부분 민주당 출신이라는 관측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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