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사' 수재민들, 보은의 '매미' 수재민 돕기

지난해 태풍 '루사'로 피해를 입은 수해민들이 태풍 '매미' 피해지역에서 보은의 자원봉사활동을 잇따라 펼쳐 훈훈함을 던져주고 있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2리 주민 38명은 18일 수해를 당한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백합농장을 찾아가 쌓인 흙을 걷어내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장덕2리는 지난해 마을 주택 104채 중 80여 채가 수해를 당한 지역으로 당시 전국에서 4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이 마을에 몰려와 도움의 손길을 펼친 곳. 수해 봉사에 나선 최선덕(崔善德·38) 장덕2리 이장은 "우리마을도 이번에 6만여㎡에 이르는 농경지 피해를 당했으나 더 큰 피해를 당한 지역을 지원함으로서 지난해 입은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1리 주민들도 마을회관에서 주민회의를 열고 19일 정선군 임계면 지역에 자원봉사자 10여명과 함께 성금 290만원을 보내기로 했다. 이 마을은 지난해 수해로 마을이 5일간 고립되는 등 초토화된 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복구를 거의 마쳤으나 이번 태풍으로 인해 또 마을의 논과 밭이 매몰되고 도로가 끊기는 피해를 입었다. 어성전1리 함석기(咸碩基·50)이장은 "은혜를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있어 우리보다 어려운 이들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양군 양양읍 거마리 주민을 비롯, 바르게살기 양양군협의회 등 지역단체 회원 120여명은 19일부터 삼척 도계읍 수해지역을 찾아 보은의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매곡면 농업경연인연합 오용은(吳容殷·43)회장 등 충북 영동군 매곡면 주민 80여명도 18일 경남 창녕군 유어면에서 수해복구작업에 동참했다.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은 300만원의 성금과 함께 생필품, 복구장비를 챙겨간 이들은 지난해 수해복구 경험을 살려 수재민을 돕고 있다.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예전리 주민들도 이날 경남 진해시 응천동에서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렸으며 충북 영동군 용산면 산저리와 한석리 주민 80여명도 17일에 이어 이틀동안 경남 마산시 진북면 등에서 수재민들의 재기를 도왔다.

경기도 새마을회 및 산하 시·군지회 회장단과 교통봉사대원 등 180여명은 17일 태풍 '매미'로 물난리를 겪은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유원지 일대에서 가재도구에 묻은 진흙 등을 씻어내고 620만원 상당의 위문품을 수해민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지난해 경기도가 수해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대구 경북 주민들이 따뜻한 손길을 펼쳐 도움을 받았다"며 "지난번에 진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아보자는 뜻에서 봉사단을 결성, 달려왔다"고 말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