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내 안의 사이코'…"과연 난 누구인가"

  • 입력 2003년 9월 18일 16시 23분


이땅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는 우울한 시대. 시대의 우울은 마음에 반영된다.

불안과 공허감, 의욕 상실을 느끼거나 무력감에 시달리며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이 2020년엔 인류를 괴롭힐 세계 2위의 질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본보 위크엔드팀은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의뢰해 20∼40대 서울 시내 직장인 90명(남성 53명, 여성 37명)을 상대로 우울증 테스트를 실시했다. 21문항, 총점 63점인 테스트에서 우울증(21점 이상)증상이 있는 사람은 6명(6.8%). 경증 우울증(10점 이상)까지 포함하면 43명(47.8%)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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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혼란과 마음의 불안은 개인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가 낳은 증후군이기도 하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구조적 사회변화의 결과로 개인화가 진전되면서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오래된 철학적 테마가 개인의 사생활 속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관계 맺기의 어려움, 전통 질서의 붕괴 등의 이유로 개인들은 홀로 마음의 부담을 짊어져야만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나만 왜 이런가’라는 혼돈에 빠져든다. 그러나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딜레마다.

정신과 전문의 김혜남씨는 “우울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인하고 피하는 것이 더 문제다. 모두가 우울해 하는 시대에 우울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그나마 정신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내 안의 낯선 나, 내면의 혼란과 우울을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나에게 다가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위크엔드팀은 이달 초 평범해 보이는 남녀 5명을 선정해 2주에 걸쳐 심층 심리검사를 실시했다. 20대 미혼여성, 30대 기혼이며 직장에 다니는 남성과 여성, 40대 중년남성, 40대 전업주부가 실험에 흔쾌히 응해줬다.

남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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