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가공할 파괴력은 대부분 강력한 바람에서 비롯됐다. 제주도를 지날 때 측정된 매미의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60m. 1904년 기상 관측 이래 최대치였다. 풍속이 초속 50m를 넘으면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 철제 송전탑을 휘어놓는 정도의 힘을 갖는다. 실제로 매미는 부산항의 수출입화물컨테이너를 이동시키는 철 구조물 4개를 엿가락처럼 구겨버렸다.
이 바람에 부산의 바닷가에 있는 아파트들도 적잖은 피해를 보았다. 특히 해운대구의 고층아파트 주민들 일부는 매미가 한반도를 상륙한 12일 밤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 흔들림이 느껴지는 악몽 같은 밤을 보냈다. 일부 주민은 아예 지하주차장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이를 놓고 한때 해변 건축물의 구조설계기준이 잘못돼 이 같은 일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교통부의 조사 결과 해운대 일대 건축물에 적용되는 풍속에 대한 구조설계기준은 초속 65m의 바람까지 견딜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를 제외한 주변 건축물의 유리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건교부는 이를 근거로 해당 아파트의 문제는 새시의 부실시공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바닷가를 낀 아파트 입주자와 이런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회사는 적잖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점이 부각돼 행여 집값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건설회사는 그동안 바다가 보인다는 점을 최대의 장점으로 부각시킨 홍보마케팅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이번 일로 그 같은 홍보전략에도 보완이 필요하게 됐다.
태풍 매미는 이래저래 우리 사회 곳곳에 숙제를 남겨 놓은 것 같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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