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태풍피해 우린 그런거 몰라요”

  • 입력 2003년 9월 18일 21시 17분


태풍 ‘매미’로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엄청난 피해를 보았지만 철저한 재난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업체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를 크게 줄여 부러움을 사고 있다.

▽부산=부산항 각 부두는 태풍으로 컨테이너크레인 8개가 완파되는 피해를 당했지만 신선대부두의 크레인 11개는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 부두의 크레인은 다른 부두의 것과 설계강도와 규모가 비슷한 데다 제조기간이 더 오래돼 큰 피해를 당할 수 있었으나 직원들이 굵은 강철 와이어를 이용해 크레인의 다리를 3중으로 고정시켜 무사히 태풍을 넘겼다.

또 광안대로는 바다의 한 가운데 있는 교량이어서 육지보다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모든 시설물이 초속 50∼70m의 강풍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도로표지 몇 개가 부서진 것이 피해의 전부였다.

부산 서구 암남동 송도해수욕장 주변 상가의 경우 건물과 도로가 완전히 파괴됐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주민과 상인들은 평소에도 태풍이 오기 전에 공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영업을 중단하고 대피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은 이번 태풍에서 울산지역 다른 기업체와는 달리 피해를 거의 당하지 않았다. 태풍이 몰아친 12일 인근 현대중공업에서 떠밀려온 해상원유설비에 의해 건조중이던 석유화학운반선이 들이받혔으나 조사결과 파손부위가 크지 않아 다음달 15일 예정대로 인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는 1987년 태풍 ‘셀마’호 내습 때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수리중인 선박이 옆으로 기울면서 안벽을 파손해 100여억원의 피해를 본 것이 교훈이 됐다. 직원들은 태풍 ‘매미’가 올라오기 3일전부터 선박을 다른 곳으로 피항시키거나 평소의 3배가 넘는 숫자의 밧줄로 묶어둬 건조 중인 10여척이 무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철저한 대비로 피해가 거의 없자 이 회사에 선박을 의뢰했던 독일 쉘러사와 사이프러스의 인터오리엔트사 등 4개 선주사가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또 울산 북구청 손성익 수산담당은 태풍이 내습하기 전인 10일부터 어민들을 설득, 어선 150여척을 모두 뭍으로 끌어올리도록 해 북구지역에서는 어선이 한 척도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경남=창원시 두산중공업은 마산만에 바로 인접해 이번 태풍 때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이 불고 공장 일부지역이 해일에 1.2m 높이까지 침수됐지만 야외 작업장과 공장 외벽 일부만 파손되는데 그쳐 다른 업체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

이 회사가 피해를 줄일 수 었었던 것은 재난대비시스템 덕분이었다. 지난 10여년간의 태풍이나 폭우로 인한 피해를 분석해 방제대책을 체계화한 것.

직원들은 방제대책 지침서에 따라 태풍이 오기 사흘 전인 9일부터 대형 크레인을 굵은 와이어로 고정하고 강풍에 날아갈 우려가 있는 시설물들은 모두 실내로 옮기는 등 배수설비를 철저히 점검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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