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원활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라며 8월부터 시행 중인 ‘지역협력관’ 파견 제도에 대해 지자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행자부가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지자체를 감시하기 위해 과거의 안전기획부 조정관과 같은 감독관을 내려보낸 것 아니냐”며 즉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도입 배경과 논란 확산=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 발전 등 주요 국정과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중앙과 지방의 업무협조를 강화하고, 국가적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
그러나 8월 25일 행자부가 각 시도에 공문을 보내 “기구와 인력, 지방채 발행 등 주요 승인 및 협의 사항이나, 예산지원 요청에 대한 협의는 협력관을 경유할 것”을 지시하고 협력관이 요구하는 각종 정보와 자료를 제공토록 주문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경기도 공직협의회는 성명을 내 협력관제 폐지를 요구했고 공무원노조 경남도청지부, 울산시 직장협도 “행자부의 인사적체 해소와 지방통제용이라는 의구심만 증폭시키는 구시대적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경남도는 “일방적인 협력관제도는 오히려 지방분권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애당초 협력관을 거부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협력관 파견을 수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업무의 중복성과 정부의 지자체 장악 시비가 최대 논란거리.
주요 국정과제와 관련된 지방여론을 파악하는 역할은 8월 부활된 각 시도의 여론계 업무와 중복되고, 예산지원 사항에 대해 협력관을 경유토록 한 것도 보고절차가 한 단계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8월 하순경 심재용 부산협력관은 시 여론계 직원에게 “시장에게 보고한 내용을 보여달라”며 경부고속철도와 신항만 건설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참고자료와 민심동향자료를 요구해 여론계 간부가 항의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제주도의 한 공무원은 “협력관의 왜곡된 정보로 자칫 중앙과 지방간 상호불신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협력관들의 어정쩡한 역할도 문제다. 김석진 경북협력관은 “행자부의 활동지침인 민심 파악이나 애로사항 파악은 알맹이가 없다고 본다”며 “지역활성화와 같은 특정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규 울산협력관은 “지방의 그런 시각은 오해”라며 “서기관 한 명이 지방에 파견된다고 지자체가 장악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지방분권은 강화되는 반면 국가적 차원의 사회 갈등은 더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갈수록 협력관이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사회1부 종합>
▼지역협력관이란▼
5월 물류대란이 일어났을 때 정부가 지역의 동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원활한 업무협조를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국가공무원법(32조)과 공무원임용령(41조)에 근거해 도입됐다. 15개 광역단체(서울은 제외) 중 경남 광주 충남을 제외한 12곳에 주로 해당 지역이 고향인 4급 서기관이 파견됐다. 임기는 1년이고 1년 연장이 가능한데 지자체가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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