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고교생 45명 "사장님이라 불러 주세요"

  • 입력 2003년 9월 19일 22시 36분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고 싶어요.”

19일 오전 11시 경북 구미시 신평동 금오공과대학교 창업보육센터. 대학생의 창업을 돕기 위해 설립된 창업보육센터에 뜻밖에도 고교생들이 짐을 풀었다. 고교생이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기는 처음이다.

주인공은 국립구미전자공고(교장 강극수·姜克秀)의 창업동아리 45명(여학생 7명). 이들은 2000년부터 ‘동락BC(비즈니스 클럽)’와 ‘동락 비즈’라는 발명동아리를 구성했다.

‘동락(東洛)’이라는 말은 구미전자공고 근처에 있는 조선시대 ‘동락서원’(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장현광을 배향하는 서원)에서 땄다.

경북도교육청을 비롯해 대구 경북 중소기업청 구미시 경북테크노파크 금오공대 관계자 등의 기대와 축하를 받으며 대학에 입주한 학생들의 포부는 매우 크다.

학생들은 대학과 협력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넘쳤다. 동락BC 대표를 맡은 3학년 김인학군(19)은 “기업가 정신을 하루라도 빨리 익혀 미래를 개척하고 싶다”며 “특히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창업해 세상에 유익한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락 창업동아리는 그동안 고교생으로서는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중소기업청은 이들을 올해 발명 창업 분야 선도 동아리로 지정했으며, 전국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연속 2년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전국 45개팀이 참가한 해외창업연수선발전에서 고교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돼 11월 일본연수를 갈 예정. 밤늦도록 학교에 남아 머리를 맞댄 결과다.

학생들이 앞으로 집중적인 연구를 할 분야는 재활기구개발.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기존의 업체가 외면하는 다기능 휠체어 개발 등이 목표다. 학생발명품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개량 휠체어를 더욱 발전시켜 특허 출원을 냈다.

학생들은 11월 열리는 대한민국 벤처창업대전에 ‘중풍환자를 위한 재활기구’와 ‘경사로를 쉽게 오르내리는 휠체어’를 출품, 본선에 오른 157개팀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모인 다기능 휠체어는 2004년 국제의료기기 전시회에도 출품할 예정이다.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살다시피하는 김용학(金用鶴·47·전자기계과) 지도교사는 “지금 고교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사회가 다양해져 경쟁력 있는 소규모 기업도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창업보육센터 입주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금오공대 김재훈(金在勳) 총장은 “학생들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공계 대학의 축적된 지식과 기술을 이들에게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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