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녹산동 K씨(52·여)는 이번 태풍으로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당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가 최근 보일러 수리 사기를 당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K씨는 15일 오후 3시경 K보일러 직원을 사칭한 30대 남자 2명이 보일러를 고치는데 부속품이 필요하다며 34만원을 요구해 돈을 줬다. 그러나 3일이 지나도록 연락 없어 뒤늦게 K보일러 강서대리점에 알아본 결과 보일러 수리 접수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말은 들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K씨는 “모 대기업 직원 조끼를 입고 화물차를 몰고 온 2명이 보일러를 고치러 왔다고 말해 감쪽같이 속았다”며 “수재민들에게 어떻게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C씨(58·여)도 17일 오후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2명에게 부품 값으로 17만원을 주고 즉석에서 보일러 수리를 했으나 하루 만에 고장이 나버렸다.
이 마을에만 같은 수법으로 보일러 사기를 당한 주민이 5명이 넘는다.
K대리점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5년 이하의 보일러는 100% 무상으로 보상수리를 받을 수 있고 무료 전화 1588-9000으로 의뢰하면 수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 베란다 새시와 유리창 복구에 나선 일부 업자들이 웃돈을 요구하는 횡포를 부려 수재민들이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D아파트 S씨(38)는 태풍에 새시 유리창이 파손돼 유리업체에 수리를 의뢰했으나 나흘이 지난 17일에야 평소 보다 30% 비싼 가격에 겨우 수리를 마쳤다. 부산진구 양정동 H아파트 L씨(42)는 웃돈 5만원을 주고서야 베란다 유리창문을 교체했다.
피해 주민들은 “웃돈을 요구하고 자재 값을 비싸게 받는 것은 남의 불행을 노린 악덕상혼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분개했다.
이밖에 부산 해운대와 송정, 서구 제2송도 등 관광지를 끼고 있는 태풍피해 지역에는 고급승용차를 타고 구경 온 사람들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양식 없는 사람들은 폐허로 변한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기도 해 수재민들은 물론 자원봉사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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