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법대 박선영(朴宣映·47) 교수의 만학(晩學) 과정은 그렇게 험난했다. 36세 중년의 아줌마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데다 남들이 어렵다고 혀를 내두르는 법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최근 한국언론법학회가 제정한 철우언론법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쟁쟁한 학자들이 펴낸 100여 편의 논문과 저서를 제치고 ‘언론정보법연구Ⅱ-방송의 자유와 법적 제한’이라는 그의 저서가 뽑힌 것. 연구 및 저술 기간은 2년이었지만 “책에 녹아 있는 기자 생활 등까지 포함하면 20년 동안 쓴 책”이라고 그는 말한다.
“기자가 싫어서 그만둔 건 아니에요. 한 달 내내 회사에서 새우잠을 잘 만큼 열심히 했죠. 공채 출신 방송사 여기자는 찾기 힘든 시절이었어요. 어렵게 시작한 만큼 애착도 많았고….”
그러나 80년대만 해도 방송뉴스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한 회의, 대학(이화여대 법대) 때 전공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기자 경험과 학문을 조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 등이 인생의 길을 바꾸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남편(서울고법 민일영 부장판사)의 유학길을 따라 1년 남짓 독일에 거주하며 느낀 법학의 깊이에 매료됐다. 89년 귀국하자마자 회사에 사표를 내고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교수실 옆 방 한 칸을 얻어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하다보니 건강이 나빠져 몇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다.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갈 때까지는 매일이 전쟁이었어요. 학교에 가야 하는데 파출부가 제때 오지 않아 두 아이를 껴안고 눈물만 줄줄 흘린 적도 많았죠.”
남편의 외조에 힘입어 2년 만에 석사과정을 끝내고 95년 드디어 박사학위를 따고 강사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보수적이랄 수밖에 없는 법학계에서 나이 많은 여성이 들어갈 교수 자리가 쉽게 나지 않았던 것. 올 3월 가톨릭대 교수로 임용되기에 앞서 6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박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최근 정부와 언론의 갈등에 대해 한마디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최근 정부가 언론을 상대로 낸 소송은 대법원 판례 흐름에 비춰볼 때 모두 패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하면 비판, 남이 하면 모략이나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하는 식은 안 되죠.”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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