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고법과 서울지법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김동건(金東建) 서울지법원장은 경매 리베이트로 1970만원을 받은 법원 직원이 선고 유예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지난해 검찰과 98년 5월 이후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하기로 타협했으나 (검찰의) 실수인지 그 이전 범죄가 기소됐다”면서 “검찰에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했으나 (검찰이) 못하겠다고 해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지법원장은 조배숙(趙培淑) 민주당 의원의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추궁에 “이 사실은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법기관인 법원과 검찰이 처벌 기준을 사전에 협의하고 범법자에게 면죄부를 주기로 했다는 뜻으로 해석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조 의원이 “법원과 검찰이 처벌 기준을 놓고 타협한다는 것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묻자 김 지법원장은 “당시 관련자가 200명이 넘어 수사범위를 확대하면 법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어서 1500만원을 기준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을 정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이 사건을 맡았던 박영관(朴榮琯)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은 이에 대해 “범죄 혐의자가 많아 법원의 요청으로 뇌물액수와 범죄 시기에 따라 기소 대상자 범위를 정했다”면서 “99년 법원의 자정 결의 이후에도 비리를 저지른 직원만 기소를 했으며 법원이 공소취소를 요청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지법원장은 국감이 끝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서울지법원장 취임 이전의 일이라 정확히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내 발언이) 과장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법원경매 부동산 매각 관련 광고를 내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일부 신문사로부터 2200만원 이상을 받은 법원 경매계 직원 9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지명수배했으며 1500만원 이상을 받은 직원 2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지법은 98년 8월부터 99년 5월까지 7차례에 걸쳐 197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씨에게 올 5월 징역 6월, 추징금 197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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