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홍보처, 前정권 임명간부에 사직강요는 人權침해”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30분


국정홍보처 고위간부가 ‘처장과 차장이 자신을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권고사직시키려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실이 26일 밝혀졌다.

인권위는 이날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라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 이러한 행위를 중지하도록 국정홍보처장과 차장에게 권고했다.

이 진정 사안은 현 정부의 ‘코드 인사’ 및 ‘편 가르기 인사’ 논란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5월 국정홍보처 A국장이 “일반직 공무원의 인사적체 해소와 인사쇄신을 위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별정직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하고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진정을 했다는 것.

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26일 “이는 헌법으로 보장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국정홍보처장과 차장이 올해 4, 5월 수차례 A국장에게 사직을 강요했고, 6월 이후에는 A국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과장에게 업무지시를 했으며, 업무관련 회의나 국정홍보대책 회의 등 주요 회의에 다른 국장과 사무관들은 참석시켰으나 A국장은 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인권위 관계자는 “A국장은 지난해 월드컵 이후 타 기관에서 파견근무하던 일반직 공무원들이 돌아와 ‘자리’가 부족해지자 ‘지난 정권 사람’이라는 이유로 퇴진을 강요받았다며 진정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또한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면직처분도 국가공무원법상 ‘일반직 공무원의 직권면직 사유 및 신분보장’에 준하는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 있으며, A국장이 국정홍보처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국정홍보처에서 판단했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A국장을 면직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본보는 이날 오후 A국장과의 전화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A국장은 비서를 통해 “그 사안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뒤 통화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은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통해 내려온 별정직들이 하도 많아 일반직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적체가 심했다”며 “A국장에게 ‘정부기관 내 다른 자리를 알아봐 줄 테니 후진을 위해 퇴진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있으나 업무에서 제외시킨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측은 “국정홍보처에서 간접적으로 A국장의 진정 사건에 대해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다른 사안과 형평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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