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현대 돈 안받았다”…비자금 150억 첫 공판

  • 입력 2003년 9월 26일 23시 27분


2000년 4월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추가 기소된 박지원(朴智元·사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첫 공판이 26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열렸다.

서울지법 형사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박 전 장관은 “현대측으로부터 어떠한 청탁이나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박씨는 또 “국회의원 출마를 대비해 비자금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추궁에 “국민의 정부가 끝나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모시고 외국에 나가 조용히 살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회의원 출마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돈 세탁을 맡았던 김영완(金榮浣)씨의 진술서에는 피고인이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푸념하면서 수십차례에 걸쳐 30억원 가량을 받아썼다고 돼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박씨는 “언론사 간부 등을 일주일에 4, 5차례 만나기는 했지만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검찰이 또 “김씨는 ‘박 전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 부장은 500만원, 차장은 300만원씩 든 봉투를 주고 한번 회식에 500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적고 있다”며 사실여부를 확인하자 박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씨는 “언론사 간부들과의 회식비는 어떻게 조달했느냐”는 검찰의 계속된 추궁에 “판공비뿐만 아니라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윗분들의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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