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대여자, 불법대출 상환 책임”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34분


채권자가 대출한도 규정을 피하려고 금융기관 직원과 협의해 명의를 빌렸더라도 명의 대여자는 상환되지 않은 채무를 떠안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금융거래의 편법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9부(곽종훈·郭宗勳 부장판사)는 28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출계약서 의 주채무자인 이모씨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14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이씨가 대출한도 제한규정에 걸린 허모씨의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며 금융기관 직원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이씨에게 채무부담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금융기관 직원이 피고와 짜고 대출 규정을 어겼고 이미 금융기관 직원이 배임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상 ‘당초 금융기관이 피고가 아닌 허씨에게 채무부담을 지우려 한 것’이라는 이유로 대출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1997년 3월 허씨는 K신용금고 직원과의 대출상담을 한 끝에 대출한도 규정을 피하려고 이씨의 명의로 대출계약서를 작성했고 원금과 이자가 14억7000여만원으로 불어나자 K신용금고는 이 대출금 채권을 부실자산으로 분류했고 이를 양도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11월 이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소송을 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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