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사이드/바람잘날 없는 인천종합문예회관

  • 입력 2003년 9월 29일 18시 30분


인천지역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곳 가운데 하나인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요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곳에서 활동하는 시립 교향악단, 무용단, 극단, 합창단 등 4개 예술단 소속의 단원들은 인천시가 일관성 없고 탁상행정식의 문화예술정책을 펴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극단에 이어 최근 합창단의 예술감독 재선임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인천종합문예회관, 단원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잡음을 더해주고 있다.

인천종합문예회관 운영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어 “시가 충분한 자료와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채 합창단 윤학원 예술감독의 재위촉을 유도했다”며 2년 계약직인 윤 감독의 해촉을 결정했다.

문화계 인사들은 “시와 운영위원회의 자존심 싸움으로 인해 한국 합창계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예술인이 설자리를 잃게 됐다”며 합창단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비난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인천 출신으로 선명회합창단과 대우합창단을 이끌었던 윤씨는 1995년부터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1994년 인천종합문예회관 개관 이래 4개 예술단이 해체됐다가 다시 구성되는 진통을 겪었고 단원과 예술감독의 선임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수없이 반복됐다”며 “이는 시가 주먹구구식의 문화예술정책을 펼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인천시립예술단 노조는 26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단원 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문화예술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단원은 “정기공연 때 관람표의 절반을 단원들이 팔아야 하는 등 예술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수준 높은 공연문화를 활성화하려면 예술성과 기획력, 행정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종합문예회관 운영위원회는 29일 윤 감독의 거취를 포함한 문화예술계 현안을 논의했으며 내년부터 인천종합문예회관 운영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문화예술계 인사를 영입할 수 있도록 종합문예회관 관장을 개방 직위로 바꾸고 예술단원 복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며 “예술단 소속을 시에 그대로 두되 종합문예회관을 독립 법인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최근 시립예술단 운영규칙과 복무규정을 바꿨으며 종합문예회관 운영 관련 조례도 개정하기로 했다.

인천문화정책연구소 김창수 연구위원은 “인천 문화정책과 공연 기획 분야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문화재단의 설립이 필요하다”며 “문화예술 전문가 몇 명을 영입하는 것보다 정책과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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