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결혼뒤 30년간 또 바람 …“아내에 9억주고 이혼하라”

30년 가까이 불륜을 반복해 아내에게 고통을 준 남편에 대해 거액의 위자료와 재산을 아내에게 주고 이혼하라는 판결이 내렸다.

1974년 모 병원 간호사였던 A씨(52·여)는 같은 병원 의사인 B씨(58)의 구애로 성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미혼인 줄 알았던 B씨는 1973년 결혼한 상태였으며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B씨의 부인은 A씨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결국 B씨는 부인과 협의이혼하고 1978년 A씨와 결혼했다.

A씨는 B씨가 전처 사이에 낳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나 아들을 데려다 키웠고 B씨와의 사이에서 딸도 낳았다.

그러나 B씨는 A씨와 결혼한 지 2년 만에 또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딸을 낳았고 A씨 몰래 자신의 호적에 그 딸의 이름을 올렸다. 뒤늦게 호적등본을 본 A씨는 B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B씨가 “다시는 불륜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해 계속 살게 됐다. 그러나 B씨는 같은 불륜 상대와 다시 관계를 맺어 아들까지 낳도록 했다.A씨는 B씨에게 가정으로 돌아오라고 애원했으나 B씨는 오히려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남자 일에 관여한다”며 상습적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1994년 음식점을 차린 A씨는 자신의 처지를 위로해주는 손님과 정이 들어 불륜에 빠졌다가 남편에게 들켜 간통죄로 고소당했다. B씨가 “재산을 포기하고 이혼해주면 소를 취하하겠다”고 제의했으나 A씨는 이를 거부해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A씨는 석방 직후 남편 B씨와 예전부터 바람을 피워온 여성을 간통죄로 고소했지만 “화해하고 잘살자”는 남편 말에 고소를 취하했다.그러나 95년 B씨는 또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워 아예 집을 나갔고 A씨에게는 매달 100만원이 못되는 생활비만 보내주었다. 결국 A씨가 2002년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이강원·李康源 부장판사)는 1일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남편과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외면하고 20년 이상 다른 여성들과 동거 및 간통하며 자녀들을 돌보지 않은 남편에게 있다”며 “아내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5000만원을 배상하는 한편 재산의 40%인 8억4000만원을 주고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