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항공업계=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올해 4월까지 세계 항공업계는 약300억달러(약34조6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올 5월 "항공업계의 침체는 테러나 사스로 인한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심각성을 지적했다.
세계 항공업계는 현재 국제선을 운항하는 267개 항공사와 국내선만 운항하는 500개 항공사가 난립한 상태. 자동차 산업이 세계 12개 주요 기업에 집중된 것과 대조적이다.
국가별로 '어느 항공사가 어느 나라에서 비행기를 띄우거나 내릴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규제도 까다롭다. 예컨대 브리티시항공은 프랑크푸르트나 파리 공항에서 승객을 싣고 미국에 갈 수 없다. 일부 국가는 이윤이 나지 않는데도 국적 항공사를 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영공을 개방하는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항공업계는 자유경쟁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에어프랑스-KLM 시너지 날까=두 회사가 합병하면 연 매출 192억유로(약 25조6000억원)로 아메리카항공, 델타항공에 이어 세계 3대 항공사가 된다. 양사는 5년 후 영업이익 연간 3억8500만~4억9500만유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시너지 효과가 현실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장애가 많다. 양사는 합병 후에도 각각 국적항공사 자격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한 통합이나 재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양사는 인력 조정을 하지 않고,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과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 모두를 허브 공항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항공 동맹체 경쟁 격화=파이낸셜타임스(FT)는 "항공업계의 특성상 업체간 통합이 어려워, (인수합병 보다는) 항공사들의 '동맹체'가 판도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어프랑스와 KLM 통합하면 '스카이팀'이 보강돼, 브리티시항공이 주도하는 '원월드'를 제치고 2위 동맹체가 되면서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이 주도하는 최대 항공동맹체인 '스타 얼라이언스'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항공사들은 편명과 좌석을 공유(code sharing)하는 동맹체를 만들어 상대 항공사의 좌석을 자사 좌석처럼 판매하는 등 공생관계를 도모한다. 상위 5개 동맹체가 2002년6월 현재 세계 항공 시장의 68.8%를 차지하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