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한국전력공사가 변전소 건립을 추진 중인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532의7 일대 .
수백그루의 수목이 잘려나가 허옇게 바닥을 드러낸 부지 5900여평은 곳곳이 파헤쳐 진 채 두 동강이 난 관목 더미가 어지럽게 누워 있었고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진흙더미를 덮어 쓰고 멈춰 있어 폐허를 방불케 했다.
한전측이 이곳에 변전소를 짓기 위해 심어져 있던 수목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주민들의 ‘강력한 저지’에 부닥쳐 현재 공사를 중단한 상태.
“지난 9월 13일 경 인부들이 나무들을 잘라내고 있어 처음엔 태풍으로 넘어져 간 수목을 정리하는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멀쩡한 나무들을 무차별로 계속 베어내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동네 주민 수십명이 달려와 작업을 저지했으나 이미 수백여그루의 나무들이 잘려져 나간 뒤였어요.”
주민들은 “기반조성 공사를 하려면 나무를 뿌리 채 뽑아낸 뒤 옮겨 심어야 하는 데도 한전측이 인부를 동원, 무차별로 잘라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한전측에 ‘상수리나무와 소나무 등 수령이 수십년 된 나무들을 어떻게 함부로 베어낼 수 있느냐”고 따졌으나 한전측은 “잡목을 잘라냈을 뿐”이라고 답변 했다는 것.
주민들은 특히 한전측이 태풍 ‘매미’의 피해로 공원 내 몇 그루의 나무가 넘어져 있는 시점을 잡아 벌목작업을 하는 꼼수를 부린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변전소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두류공원 입구 산책로를 끼고 있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평소 어린이들과 노인들의 산책코스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200m거리에는 인물동산이 있다.
또 이곳에서 불과 30∼150m거리를 두고 공원의 명소인 국내 최대규모의 ‘야외음악당’과 인도, 상가와 주거지역 등이 들어서 있다.
두류공원의 '얼굴'에 해당되는 이곳에 고압전류가 흐르는 변전소가 들어설 경우 250만 시민의 쉼터가 순식간에 혐오, 기피 공간으로 변해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
주민들은 특히 두류공원의 변전소 건립 반대운동을 단순히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차원의‘님비현상’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광록 두류공원 변전소설치 반대주민 대책위원장은 “변전소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공원 내 부지는 기존의 자연림과 인공적으로 심은 조경수 등이 조화를 이룬 채 잘 보존돼 왔는데 한전측의 ‘무리수’로 죽은 땅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서울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청계천을 복원하고 있는 데 우리고장에서는 삶의 터전인 녹지공간이 파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1일 두류공원 변전소 건립공사 중단 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법에 제출했으며 조만간 대규모 항의집회도 열 계획이다.
공원 내 변전소 건설의 타당성을 놓고 주민들과 한전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공원 이용객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주민들은 지하공간에 변전소를 건립, 별 문제가 없다는 한전측의 설명에 대해 지하 변전소의 환기구를 통해 나오는 엄청난 전자파와 열(熱)과 소음 등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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