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영천시장 구속…"한약축제 어쩌나"

  • 입력 2003년 10월 2일 19시 14분


“한약축제가 시작됐는데….”

경북 영천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1회 영천한약축제가 2일 시작됐지만 박진규(朴進圭·62) 영천시장이 1일 밤 뇌물수수 혐의로 대구지검에 전격 구속수감되자 영천시민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약축제를 시작하는 고유제를 이날 오전 올려야 하는데 제주(祭主)를 맡아야 하는 시장이 없어 축제 분위기마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박 시장은 2000년 12월 영천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선되면 승진시켜 달라’는 인사청탁과 함께 2명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 돈 가운데 절반은 선거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해당 직원들에게 돌려줬으나 지난해 자신의 아들 결혼식 때 500만원씩 부조금으로 다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구속은 2000년 정재균 전 영천시장이 업자에게서 1000만원을 받았다가 불명예 퇴진한 사례와 비슷하다. 영천시민들이 더 허탈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 최모씨(45·영천시 야사동)는 “박 시장은 모함이라며 억울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측면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영천시 청통면 출신인 공무원 이모씨(42·대구시 북구 산격동)는 “고향의 단체장이 잇따라 사법처리돼 부끄럽다”며 “돈 문제는 깨끗한 인물로 알려진 박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 뿐 아니라 최재영 전 칠곡군수와 김건영 전 성주군수도 2000년∼2001년 업자 또는 군청 직원들로부터 청탁성 돈을 받았다가 사법처리 됐다. 지난해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경북지역 몇몇 단체장이 선고유예와 벌금형 등 처벌을 받았다. 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된 김우연 영덕군수는 현재 법정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박 시장이 돈을 받은 때는 후보신분이었는데도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인사권과 인허가권 등을 자치단체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그릇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자치행정 전문가들은 “단체장에게는 인사권 같은 실질적 권한이 많이 주어지므로 이를 남용할 가능성이 늘 있다”며 “단체장의 인격에 의지해서는 안 되며 주민소환제 같은 제도적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