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거제주민 한전에 손배소 추진

태풍 ‘매미’로 송전철탑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5일간의 정전사태로 고통을 겪었던 경남 거제시의 1만여 가구는 다음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거제지역 주민들의 손해배상소송은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본 마산과 경북지역 주민 등이 정부와 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줄 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처음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소송 대리인인 김한주 변호사(38)는 2일 “지난달 16일부터 거제환경운동연합과 거제경실련 등 5개 시민단체를 창구로 시민 원고단을 모집한 결과 모두 1만여 가구가 소송 참여를 신청했다”며 “서류 정리 등을 마치고 다음주 초 창원지법 통영지원에 소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인지대와 소송 편의 등을 감안해 시민 원고단 가운데 몇 사람을 직접 소송에 참여시키고 나머지 주민들은 명단을 첨부키로 했다. 배상 금액도 일단 가구당 10만원만 청구한 뒤 소송 진행을 봐가며 청구 취지를 확장해 금액을 1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경제적, 정신적인 피해를 하루 20만원씩으로 계산한 것.

거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한전이 감사원 지적 등을 외면하고 송전선 복선화와 철탑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특히 철탑 붕괴 이후 늑장 복구로 정전사태가 길어진 만큼 한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지대를 부담하고 무료 변론을 맡기로 한 김 변호사는 “한전의 과실로 인해 생긴 피해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이미 확보했다”며 “독점 공기업을 상대로 주민들이 권리 찾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소송”이라고 말했다.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은 일반 가정의 소송에 이어 상인 등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추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편 한전 창원전력관리처는 “철탑 붕괴는 강풍에 의한 자연재해이며, 복구 역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거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