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찰과 순천향대병원에 따르면 전역 직전 ‘말년휴가’를 나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병원 외국인 진료소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던 조우현(趙佑現·23·서울경찰청 소속·사진) 수경이 지난달 25일 병원 내에서 소매치기범 권모씨(46)를 붙잡았다.
권씨는 이날 병원 부근의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가 주인 이모씨(44·여)가 계산대 밑에 현금이 든 핸드백을 놓고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가방을 훔쳐 달아났다.
주인 이씨는 소매치기범이 핸드백 속의 신분증을 버리기 위해 인근의 대중 화장실에 숨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가까운 순천향대병원 별관으로 뛰어갔다.
마침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던 조 수경은 남자화장실로 황급히 들어온 이씨로부터 “소매치기를 당했는데 신분증이라도 찾으려고 왔다”는 말을 듣고 소매치기범이 화장실 안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씨와 함께 밖으로 슬그머니 나왔다.
예상대로 잠시 후 범인 권씨가 화장실 밖으로 나왔고, 이씨의 신분증이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을 확인한 조 수경은 범인을 뒤쫓아 격투 끝에 붙잡았다.
병원측은 1일 조 수경에게 표창장을 주고 격려했다.
영국 런던대에서 2년간 국제경영학을 공부하다 의경으로 입대한 조씨는 서울경찰청 정보통신과에서 복무해왔으며 5일 전역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초 1년간 교환학생으로 호주 시드니대에서 공부할 계획.
장차 외무고시를 보고 싶다는 조씨는 “학창시절에 유도(공인 초단)를 배웠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의경생활 내내 즐겁게 보낸 것만 해도 좋은데 마지막에 선행까지 하게 돼 기분이 더 좋다”며 밝게 웃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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