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원 노조 파업 장기화될듯…고용안정센터 업무 파행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19분


노동부 내 비정규직인 직업상담원 1800여명이 임금 및 단체교섭 결렬을 이유로 6일 전면파업에 들어가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구제와 취업알선 등의 업무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직업상담원 노조는 기본금 17% 인상과 정규직화 등의 요구에 정부가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파업을 장기화할 방침이어서 각종 고용안정사업과 실업급여 지급, 직업상담 등 고유업무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선 창구 혼란=6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성남고용안정센터에는 직업상담원 13명이 모두 출근하지 않았다.

성남지방노동사무소 파견자 2명, 일용직 7명 외에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 연수생 4명 등이 급히 투입돼 공무원 3명과 함께 대민(對民) 업무를 맡았으나 상담원들의 빈자리는 컸다.

불법체류 외국인 구제를 위한 취업확인서 발급 업무는 지난달부터 투입된 일용직 5명이 담당하고 있지만 서류를 확인하는 데 진땀을 흘렸다.

신형권(申亨權) 성남고용안정센터장은 “자칫하면 취업확인서를 내주지 않아야 할 외국인에게 확인서를 발급하게 될까봐 업무처리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상담 등의 업무는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 신발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웨후잉(37·여)은 이날 남동구 구월동 경인종합고용안정센터에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34명의 상담원이 파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번호표를 받고 3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취업확인서 발급 신청을 마쳤다.

경인종합고용안정센터에는 이날 외국인 근로자 외에 100여명의 실업급여 신청자가 몰려 취업확인서 발급과 실업급여 지급을 제외한 다른 업무는 사실상 중단됐다.

서울 강남고용안정센터도 평소 30분 정도였던 민원인 대기시간이 2시간 이상으로 길어졌다.

이날 노동부는 공무원 201명, 일용직 67명, 공익근무요원 63명, 기타 115명 등 446명을 전국 69개 고용안정센터에 급파했다.

▽파업 길어질까=직업상담원 노조는 7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국 155개 고용안정센터에서 근무하는 1500여명의 상담원이 참가하는 노동부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또 9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이 주최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집회에 참가할 예정.

노조 요구의 핵심은 임금인상 및 고용불안 없는 정규직 전환. 정규직 공무원과 똑같은 일을 하는 상담원이 6년 근속 기준으로 연간 1500만원을 조금 넘는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매년 지방노동청과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상원(李尙源) 노조위원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구직자에게 번듯한 일자리를 연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라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로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극적인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사태는 길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미 정부 예산안이 확정돼 있는 만큼 노조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며 “대체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불법체류자 구제, 실업급여 지급, 구인구직 등록 등의 업무를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와 서울지방노동청, 노동부는 7일 오후 5시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가평=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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