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현지 조사결과 싸고 국방부-민간조사단 이견

  • 입력 2003년 10월 8일 15시 43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둘러봤다." "조사가 미흡해 파병의 안전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정부 이라크 합동조사단의 현지 조사결과를 둘러싼 국방부와 민간조사단원의 이견이 증폭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정부조사단이외에 별도의 사전조사팀이 가동됐으며 민간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종합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국방부의 입장=문제의 발단은 6일 정부조사단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민간전문가로 조사단에 참가한 박건영(朴健榮) 가톨릭대 교수의 '돌출발언'이 계기였다

이라크 북부인 모술지역이 점차 안정추세라는 조사단의 공식발표 뒤 보충답변에 나선 박 교수가 "현지 조사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 파병에 따른 안전성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강대영(姜大榮) 조사단장(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은 7일 추가 브리핑을 자청해 "민간전문가의 발언을 근거로 전체조사를 '수박 겉핥기'로 봐선 안된다"고 재반박했다.

강 단장은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헬기와 차량, 도보정찰 및 민간인 접촉 등을 통해 모술 시내를 짜임새있게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단 도착 전 서희부대 등 군 관계자들로 구성된 사전조사팀을 가동해 현지 주민들을 접촉하고 치안사정을 파악, 종합보고서에 반영했다"며 "이런 사실은 군 기밀사항이 포함돼 일부 조사단원에게만 알렸다"고 설명했다.

민간전문가들의 보고내용이 종합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은 데 대해 그는 "민간 전문가들의 조사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별도로 첨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교수의 입장=강 단장의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여러가지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국가 요청에 따른 현장조사가 내 임무였는데 별도 팀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이 팀의 현지 조사결과를 알려줬다면 더욱 충실한 보고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전조사팀의 실사결과가 종합보고서에 반영될만큼 중요했다면 그 내용을 모든 조사단원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

그는 또 "강 단장이 출국전 조사단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종합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민간전문가들을 배제한 것"이라며 "결국 민간전문가들이 정부조사단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차 조사단이 가더라도 조사시간과 상관없이 현지인과의 접촉이 제한된다면 안전성을 평가할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술의 안정성 평가=현지 미군자료에 따르면 종전이후 발생한 미영 동맹국군에 대한 적대행위1633건 중 11%인 176건이 모술에서 발생했으며 8월 이후에는 테러로 인한 미군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이같은 수치는 바그다드 등 중부지역보다는 현저히 낮고 101공중강습사단의 강력한 잔당 소탕작전으로 테러 위협이 감소하는 등 점차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최근 미국을 다녀온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모술 등 북부지역이 종전후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얘기를 미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유엔 이라크 안전사무소는 모술과 키르쿠크 등 이라크 북부지역이 여전히 위험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외신들도 모술에서 후세인 추종세력의 미군 테러가 잇따르는 데다 USA투데이는 8월17일부터 43일간 최소 40여차례 미군이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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