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구은희/외국서 더 평가받는 한글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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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희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뒤 한글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도 챙기지 못하는 미국의 교포들로서는 한글날까지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타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일수록 한글날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글은 후손과 세계에 알려야 할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언어 중에는 영어나 중국어처럼 그 언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서 사랑받는 것도 있지만 프랑스어처럼 언어 그 자체의 우수성 때문에 높게 평가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한국어 또한 세계의 언어학자들 사이에서 언어 자체의 우수성은 예전부터 높게 평가받았다.

다만 한국어의 우수성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접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사랑하게 되는 것을 보면 한국어에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열린 한국어 관련 학회에 참석한 일이 있다. 거기서 중국 한 대학의 한국어과에 재직하는 H교수, 러시아인 북한전문가 P교수, 그리고 황진이의 시조와 신라의 향가, 조선의 가사까지 한국어로 암송하는 미국인 P교수, 미국 속의 한국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에 유학 갔다는 일본인 K씨 등을 만나보고 한국어는 더 이상 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갈 때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한국교포 2세, 3세 그리고 먼 후손까지도 한국어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한글 반포 557돌을 기념하기 위해 온라인상의 한국어교육학연구소인 ‘사이버 집현전’에서는 한글날 기념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또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도 잊혀져가는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글이 우리의 소중한 글인 만큼 한글날도 우리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날로 기억되길 소망해본다.

미국 캘리포니아 국제문화대학 한국어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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