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변조돼 처녀가 기혼녀 둔갑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45분


자신도 모르게 주민등록증이나 호적 등이 변조 또는 도용돼 서류상 기혼녀가 됐던 두 미혼 여성이 혼인무효 청구소송을 통해 미혼 신분을 되찾았다.

미혼인 A씨(47·여)는 2000년 5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호적등본을 발급받고는 깜짝 놀랐다. 전혀 모르는 남자와 1990년 7월 혼인한 것으로 등재돼 있었기 때문. 호적등본에는 A씨가 1990년 3월 일본으로 출국해 그해 6월 일본인 B씨와 혼인신고를 했고 한 달 후인 7월 한국 관할구청에도 정식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당시 A씨는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이었고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던 A씨는 1989년 4월 주민등록증을 분실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고 진상을 알아본 결과 누군가 A씨의 주민등록증을 주워 사진을 바꾼 뒤 일본에서 B씨와 혼인한 것으로 신고했던 것.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혼인무효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일본에 있는 B씨에게 소장이 전달되지 않자 공시 송달한 끝에 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C씨(36·여) 역시 졸지에 기혼녀가 됐다가 혼인무효 청구소송을 통해 구제된 경우. C씨는 1990년 취업차 일본에 갔으나 체류기간 만기가 다가오자 여권 브로커에게 체류기간 연장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991년 10월 일본인 D씨와 혼인한 것으로 서류가 꾸며져 체류기간이 연장됐던 것. C씨는 1992년 일본 법원에 혼인무효 청구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았고 올해 5월 한국 법원에도 같은 소송을 제기해 1일 승소했다.

두 사람의 소송을 담당한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양범석(梁範錫) 판사는 8일 “판사의 확인을 거쳐야 하는 이혼과 달리 혼인신고는 상대방의 신분증과 호적등본 등 몇 가지 서류만 있으면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맹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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