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KBS 국장-시의회의장 등 병원 직원 감금-폭행

  • 입력 2003년 10월 8일 20시 10분


울산지역 방송국 고위 관계자와 시의회 의장 등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당직근무자를 “건방지다”며 감금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당직근무자 정씨(28)에 따르면, 8일 오전 0시15분경 술자리를 끝내고 귀가하다 넘어져 다친 KBS 울산방송국 B국장이 울산시의회 C의장 등 일행 2명과 함께 병원 응급실을 찾아왔다.

정씨는 B국장에게 인적사항과 함께 전화번호를 물었으나 함께 온 C의장이 “KBS국장이라고 했으면 됐지 건방지게 왜 캐묻느냐”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C의장은 B국장이 응급실로 들어간 뒤에도 정씨에게 “너 몇 살이나 먹었는데 그러느냐”면서 근처 소생실로 끌고가 불을 끈 채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을 강요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씨는 “나중에는 B국장과 남자 1명까지 가세해 내 얼굴을 밀치고 멱살을 잡았으며 ‘이 싸가지 없는 XX’'라고 욕을 하면서 머리를 벽에 처박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이 광경을 목격했다는 입원환자 이모(40·여)씨는 “(C의장이) 원무과 직원의 멱살을 잡고 소생실로 끌고 들어가더니 불이 꺼졌고 곧이어 안에서 ‘꿇어, 앉어’하는 큰 소리가 밖으로 들렸다”면서 “이를 말리려고 경비와 구급차 운전사가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조차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 소동은 결국 결국 환자들과 간호사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가라앉았다.

정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B국장은 “환자에게 주소, 나이, 연락처 등을 꼬치꼬치 물어 불쾌하긴 했지만 순순히 응했다"면서 "그러나 기분이 나빠진 다른 일행이 정씨와 실랑이를 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B국장은 “공인된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이날 병원을 찾아가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C의장은 “(직원이)너무 불친절하게 물어와 ‘전화번호까지 알 필요가 있느냐. 병원 앞이 KBS다’라고 했더니, ‘전화번호를 말하지 않으면 (치료를) 못해주겠다’고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고 응급실에 다른 환자가 있어 옆방으로 데려가 ‘지나치지 않느냐’고 따졌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C의장은 이어 “원인제공은 병원측에서 했는데 공인이 되다보니 그런 수모를 당하는 것”이라고 억울해 했다.

정씨는 이날 사고로 목과 허리를 다쳐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며 이들 일행을 경찰에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