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교생 농구선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3500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대학 농구선수가 프로농구에 진출할 확률도 이와 비슷하다. 조던과 같은 스포츠 스타가 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도 미국은 우리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우리의 학교체육은 대학 입학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지만 미국은 운동특기자라도 학업에 예외를 두지 않으니까. 미국 대학의 운동선수들은 학과목에서 평균 B학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당연히 운동선수로서 ‘수명’이 다한 뒤에도 사회에 나와 다른 일을 할 경쟁력이 있다.
▷우리의 경우 사정은 정반대다. 현재 초중고교에서 운동선수로 뛰는 학생은 대략 12만명. 이들의 사전에 학교는 운동을 하는 곳일 뿐 ‘수업’이라는 단어는 없다. 고생 끝에 대학에 들어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토록 하기 위해 대학 당국이 학점과 출석에 깐깐한 교수와의 시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정도다. 그렇게 해서 대학을 나오면 뭐하나. 운동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사회에 나와 할 일을 찾기란 스포츠 스타로 성공하는 것만큼이나 힘들 게 뻔하다.
▷이렇게 왜곡되고 후진적인 학교체육 시스템 때문에 이제는 학생이 죽기까지 한다. 고교 레슬링 선수가 무리하게 체중 감량을 하다가 숨졌다. 3월 충남 천안시의 모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참사에 이어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사고다. 그런데도 교육부와 문화관광부는 학교체육 업무를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다. 개혁이 별건가. 우리 아이들을 잡는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게 개혁이지. 중앙대 안민석 교수는 “학생을 운동의 노예로 만들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학습능력을 갖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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