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정성진/‘보호감호제’ 존폐 딜레마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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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된 사회보호법상의 보호감호처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폐지 주장은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일부 변호사 및 교수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보호감호소 재소자나 출소자들도 간헐적 단식이나 1인 시위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보호감호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가 대폭 개정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한 야당의 인권위원회가 폐지 입장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빠르면 이번 회기 중에라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존폐의 어느 쪽이 시민 생활이나 사회 안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인지에 관해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중처벌-인권침해” 폐지론▼

보호감호란 절도 강도와 같이 비슷한 죄의 전과가 많거나 상습성이 인정되는 사람이 또 다시 같은 유형의 죄를 범했을 경우, 법원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그 죄에 대한 징역형 등을 복역한 후 다시 보호감호소에 보내어 최장 7년 이내의 기간 동안 격리, 교화를 시키면서 매년 사회적응능력 등을 심사해 가출소 등의 방법으로 사회에 내보내는 사회방위 처분의 하나다. 원래 이 제도는 제5공화국 출범 전 신군부가 사회악 일소 차원에서 범죄 억지(抑止) 능력이 없는 전과자들을 서해고도 같은 곳에 영화 ‘빠삐용’에서처럼 장기간 격리시키자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문명국가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하여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안처분제도의 일환으로 이를 사회보호법으로 법제화하고, 보호감호소도 섬이 아닌 내륙의 경북 청송에 신축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호감호처분을 받은 사람들에게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훈련을 시킨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재범 위험성이 큰 전과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킨다는 뜻이 그 속에 숨겨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 이 제도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절·강도, 강간, 폭력 등 고질적 상습범이나 중범죄자들에 대한 형벌이 과거 법원의 양형관행에 의해 범죄 피해자인 국민의 기대만큼 한꺼번에 상향될 수가 없었다는 요인도 작용된 것으로 짐작된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보호감호소 수용자 1675명(2002년)의 평균 전과가 6.6범이고, 전과 10범 이상도 220명이나 있으며 출소자들의 재범률은 33.5%에 이른다고 하니 피보호 감호자들이 감호소에 수용돼 있는 동안은 그만큼 사회가 범죄로부터 보호되고 있었다는 추론도 일단은 가능할 것이다.

보호감호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주된 논거는 형벌과 이중처벌이 되어 반인권적이며, 지금과 같은 운용으로는 재범 방지에 큰 효과가 없지 않느냐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에 주안을 두는 형벌과, 장래의 재범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방위에 주안을 두는 보안(호)처분은 성질이 다르다고 보는 견해가 국내외 학계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재범방지 위한 제도개선 주장도▼

재범방지의 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최근 20년간 전체 범죄의 증가율(233%)에 비해 주된 감호대상인 절도(87%)와 강력사범(154%)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앞의 재범률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일정한 한계가 있음은 분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적어도 보호감호기간 동안만큼은 범죄가 억제되는 것이고 또 직업훈련 등 사회복귀프로그램을 감호당국이 보다 과학적으로 운영한다면 이는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출소한 전과자들이 재범의 악순환을 거듭하지 않도록 보호감호폐지론자를 포함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이들의 정착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해가야 할 것이다.

재범의 위험성이 큰 전과자라 할지라도 인권을 우선해 보호감호제를 완전 폐지할 것이냐, 범죄로부터 시민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존치하면서 사회친화적 개선방안을 모색할 것이냐의 문제는 이제 국민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정성진 객원논설위원·국민대 총장·법학sjchung@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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