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 균형발전, 명분만으론 안 된다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30분


정부가 그제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촉진하기 위한 3개 법안을 의결했다. 이들 법안에 대해서는 정치권,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이익집단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대해서는 경기도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당장 반발하고 나서는 등 심한 국론분열이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산업시설 중 약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심한 주택난, 교통난, 범죄 등에 시달리고 있고 다른 지방은 그들대로 상대적 박탈감에 불만이 높다. 따라서 지역간 발전의 기회균등을 꾀하겠다는 국가균형발전법의 기본 취지는 옳다.

그러나 전국을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으로 나눈 뒤 비수도권만을 지방으로 보는 단순 이분법에는 문제가 있다. 경기도 안의 낙후지역까지 행정구역상 수도권에 속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국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던 손학규 경기지사에게 회의 직전 갑자기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 주장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그 다음이고, 듣기조차 않겠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역균형발전이란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권한 약화를 의미하는 지방분권과는 상충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두 목표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 두지 않으면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질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자칫 하향평준화나 전체 국부(國富)의 손실로 이어질 소지를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나치게 규제가 많은 현행 수도권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수도권에 짓지 못하게 하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공장의 신·증설까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발목 잡히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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