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공무원들 수해 농민 두번 울린다

  • 입력 2003년 10월 16일 2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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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수해현장에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안고 왔지만 날씨가 추워지니 걱정입니다. 여기 24만 화성시민 영양군민들이 빨리 수해복구를 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다정한 이웃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힘내세요.’

경기도 화성시민 조강순씨는 14일 경북 영양군청 홈페이지에 ‘영양군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편지를 보냈다. 영양주민은 이에 대해 ‘도와줘서 고맙다’는 답장을 올리기도 했다.

영양 주민과 경기도 주민들은 태풍 피해를 걱정하며 고통을 나누고 있는데 정작 영양군 공무원들은 주민에게 고통을 더 안겨주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 태풍 ‘루사’의 피해 복구 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자로부터 “잘봐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영양군수 비서실장 김모씨(38)를 15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8월 영양군청 휴게실에서 자신을 찾아온 건설업자 3명으로부터 “직원들에게 부탁해 수해복구공사를 하는데 애로사항이 없도록 해주겠다”며 1200만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영양 수비면사무소 직원 5명도 농경지 수해복구공사를 맡은 업자들이 공사를 끝내지도 않았는데 가짜 준공확인서를 작성해 공사비를 미리 지급했다가 입건되는 등 수해복구공사와 관련해 공무원과 건설업자 15명이 사법처리됐다. 경찰은 “이들 건설업자들은 수해복구공사를 따내기 위해 건설업체의 이름만 빌리거나 자본금을 거짓으로 납입해 급조된 업체가 많다”고 밝혔다.

경찰은 태풍이 끝난 뒤 복구공사를 따내기 위해 건설업체를 임시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내년에는 아마 태풍 매미의 수해복구공사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경우가 생길 것”이라며 “태풍으로 집을 잃고 컨테이너 속에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주민들이 있는데 공무원들이 이럴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앞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지난해 태풍 루사의 복구공사와 관련해 복구비를 실제보다 더 많이 건설업자에게 준 혐의로 김천시청 공무원 2명 등 3명을 구속했다.

주민들의 마음은 아직도 물에 잠겨 있는데도 경북도내 몇몇 시군 의회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11월부터 지자체 예산으로 중국 뉴질랜드 등지로 해외연수를 추진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또 경북도청 직원들은 아직 끝나지도 않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입장권 예매 수익의 분배에 벌써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던 대구시 달성군은 예정됐던 직원 중국 배낭 연수를 무기 연기하고 군민체육대회마저 취소했다. 대구 구청들도 수재민의 고통이라도 함께 나눈다는 마음에서 가을체육대회와 축제 등을 잇따라 취소했다.

경북 23개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9%로 지난해 30%에 비해 더 떨어지고 있으며 올해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빚(지방채)을 또 내야 할 처지다. 전국 248개 지방자치단체의 61%인 151곳은 주민세금으로는 직원의 월급을 못줄 정도로 재정이 나쁘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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